방산비리·분식회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이 수사 장기화에 대비해 지난달부터 내부적으로 경비를 30% 삭감하고 협력사에 현금으로 주던 대금 중 일부를 2개월 어음 등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KAI가 협력사에 지급하는 대금은 한 달에 약 1000억원이다. 회사는 임원들이 이번 달 받게 될 9월 임금 전액을 지급 유예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지난 7월 14일 KAI 본사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서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KAI에 대한 수사는 방산비리 의혹으로 시작됐지만, 이후 경영비리 및 분식회계 의혹으로까지 퍼져나가자 금융시장에서는 분식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불거지기도 했다.

KAI는 검찰 수사 이후 대출 연장 등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회사는 회사채 발행 잔액 6000억원 중 지난달 22일 만기가 도래한 2000억원을 연장하지 못해 보유한 예금으로 갚았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KAI의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감시대상에 포함시켰다.

KAI는 지난 15일에 단기차입금 한도를 추가로 7000억원 늘리기로 했다. KAI는 공시를 통해 “단기차입금 한도 증가는 안정적인 운영자금 조달을 위한 차입 한도 확보, 사모사채, 전단채, ABS 발행을 위한 발행 한도 설정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향후 회사채·CP(기업어음) 만기 연장 등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단계별로 상황을 대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KAI는 이달 21일 지급할 예정인 임원들의 9월분 월급을 지급 유예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최종 결정은 19일이나 20일쯤 결정된다. KAI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임원들이 솔선수범하자는 차원에서 9월분 임금 전액에 대한 지급 유예를 검토 중”이라며 “다만, 검토를 시작한 이후 회계법인에서 재무제표에 대해 ‘적정’의견을 제시해 유동성에 숨통이 트인 상황이라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삼일회계법인은 KAI의 반기보고서 검토의견을 ‘적정’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당시 KAI의 분식회계 논란이 대우조선해양사건과 비슷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KAI가 이번 반기보고서에서 검토의견 ‘한정’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반기보고서에서는 외부감사가 재무제표에 대한 ‘검토의견’을 제시하는데, 이 의견이 ‘적정’이나 ‘한정’이 아닌 ‘부적정’이거나 ‘의견거절’로 나오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