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앙. 엄마 보고 싶어."
"아빠, 배고파요. 치킨 시켜주세요."

지난 16일 저녁 8시,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양평새싹꿈터. 이곳에서는 어른 15명이 진땀을 빼며 21명의 아이를 통솔하고 있었다. 이곳의 특징은 엄마가 없다는 것. 15명의 어른은 모두 아빠였다. 매일유업(267980)은 가족친화경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직원과 협력사 남자 직원 등 아빠와 아이만 초청해 1박2일 행사를 열었다.

매일유업은 1975년부터 40년 넘게 ‘앱솔루트 맘스쿨(예비엄마교실)’을 운영하는 등 출산 및 육아와 관련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에 처음 시작한 ‘아빠와 함께 떠나는 1박2일 꿈별캠프’는 육아에 서툰 아빠들에게 육아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점을 느끼게 해주고자 도입했다. 올해 직원, 협력사 직원 등을 대상으로 두 차례 시험 행사를 연 뒤, 빠르면 내년부터 고객을 대상으로도 모집할 계획이다.

공 굴리기 놀이를 하는 아이들

◆ 사회적기업 비움과채움 연계해 ‘별빛책방’ 운영…몸놀이가 최고 인기

매일유업은 꿈별캠프 프로그램에 아빠와 몸싸움, 아빠와 요리하기, 보드게임, 물놀이 등을 넣었다. 또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와 ‘다리 밑 헌책방 축제’를 주관하는 비움과채움(법인명 로드)을 초청했다. 비움과채움은 책 읽기를 장려하는 여러 행사를 주관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아빠와 함께 책을 접하면 집에서도 많이 읽어주지 않겠느냐”는 의도였다.

비움과채움은 별빛책방이라는 이름 아래 숙소 곳곳과 버스, 화장실, 공터에까지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책을 비치했다. 자연스럽게 책을 접하고, 아빠에게 읽어달라고 유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아이 수십 명이 몰려다니다 보니 공놀이, 게임 등에 시선이 집중됐다.

비움과채움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미국의 유명 동화작가 윌리엄 스타이그의 ‘아빠와 함께 피자 놀이를’을 꺼내 들었다. 이 동화는 우울해하는 아들 피트를 달래주려고 피트를 피자 재료로 취급하는 식으로 아이와 함께 노는 아빠의 이야기다. 아들 피트를 반죽하고 공중에 던지고 마치 오븐에 굽는 것처럼 장난도 치며 깔깔 웃게 만든다는 내용이다. 동화책 속 삽화처럼 아이들을 주무르고 공중에 던져대자 반응이 뜨거웠다.

또 야생동물 전문가인 최현명 박사가 ‘동물마음읽기’라는 주제로 사자와 사슴, 곰, 사람의 발자국 차이와 걷는 자세 등을 강의해 아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최 박사는 강의 이후 2시간 가까이 시간을 들여 아이들에게 직접 동물 그림도 그려줬다. 이외에도 공놀이와 게임 등 몸으로 노는 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려주고 있는 최현명 박사

◆ “아이와 추억 만들어줘 감사”…내년 고객 대상으로 확대 예정

이틀에 걸친 꿈별캠프 참석자들은 호평 일색이었다. 영업부 한 직원은 “평일엔 늦게 들어오고, 주말에는 놀아주겠다고 해놓고 잠만 자는 날이 많아 이번엔 작정하고 지원했다”면서 “아이와 둘만 놀러 온 것이 처음인데, 뜻깊은 시간을 만들어줘 감사하다”고 했다.

홍보팀 김현호 과장의 아들 김연원군(6세)은 “무척 재미있었다”면서도 ‘또 올 거냐’는 질문에는 “엄마와 동생이 보고 싶다”고 했다.

매일유업은 지난 5월 고객과 사내직원 32쌍을 초청해 강원도 홍천에서 베이비문 행사를 열고 축하 선물 전달 및 태담·국악태교·임산부 마사지·부부요가 등을 진행했다. 매일유업은 임신 시 2시간 단축 근무를 시행하는 등 임신·출산과 관련해 다양한 사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노승수 홍보팀 차장은 “저출산이란 문제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육아에 대한 공포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아빠들의 육아 공포증을 해소하고자 이번 행사를 기획했으며 빠르면 내년부터 고객을 대상으로도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