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4일 기술심사자문위원회를 출범하고 25명의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했다. 이들은 공정위가 강구 중인 '중소기업 기술 탈취 근절 대책'에 대해 수시로 자문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런데 위원 25명 중 22명(88%)이 대전·충청 지역 대학교수와 연구원, 변리사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세종청사 인근에 있는 전문가들이어서 수시로 연락해 물어보고 회의 열기도 편하다"고 설명했다. 이 중에는 이미 다른 부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전문가가 있다. 대전에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이용태 박사는 행정안전부 정책자문위원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정부가 세종으로 내려온 이후로 '러브콜'을 많이 받고 있다"며 "청사가 과천에 있을 때는 하루 스케줄을 다 비워야 해 나도 힘들고 연구원 눈치도 보였지만 세종은 30분이면 갈 수 있으니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공주대 최두석 교수(기계자동차공학)는 국토교통부의 자동차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공정위처럼 대전·충청 지역 전문가를 활용하려는 부처들이 늘고 있다. 각종 위원회의 자문위원, 심사위원 등 굳이 서울 지역 전문가를 고집해야 할 필요가 없는 자리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각종 위원회를 신설하면서 지역 인재를 추천해 달라는 요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세종으로 내려오면서 지역 인재 풀(pool)을 확보해 놓고 있다.

대전·충청 지역에는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 강점을 가진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충남대, 공주대 등이 있어 경쟁력도 탄탄하다는 평을 받는다. 대전 대덕연구단지엔 한국기계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도 모여 있다.

적은 자문료도 세종시 인근 전문가를 선호하는 원인이다. 정부 위원에게 주는 회의 참석 수당이 15만~20만원인데, 하루 일정을 거의 비워야 하는 서울 지역 교수보다는 가까운 대전·충청 교수가 덜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경제부처의 한 과장은 "세종으로 이전한 초기에는 서울역에서도 회의했는데 참석률이 떨어져 답답했다"며 "요즘은 지역 전문가를 모시는 게 마음이 편하고,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지역 전문가들도 많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