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청약 당첨은 ‘로또’라는 말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의 분양가 인하 압박으로 애초 책정한 가격보다 낮은 수준에 공급되는 아파트가 잇따라 나오면서 청약시장에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앞으로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돼 주변 시세보다 낮은 신축 아파트가 공급되면 강남뿐 아니라 서울 모든 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강남구 ‘개포시영’을 재건축하는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4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전용면적 59㎡는 23가구 모집에 5381명이 몰려 233.96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날 나온 특별공급(23가구) 물량도 모두 분양이 완료됐다. 서울의 경우 특별공급에서 전 주택형이 마감된 건 이달 청약이 진행된 GS건설 ‘신반포센트럴자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4160만원인데, 이는 애초 건설사가 계획했던 것보다 300만원 정도 낮게 책정된 것이다. 주변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 2억원 안팎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에 수요자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 래미안갤러리에 마련된 ‘래미안 강남포레스트’ 견본주택에서 관람객이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서초구 서초동에 짓는 ‘서초센트럴아이파크’ 분양가도 3.3㎡당 평균 3220만원으로, 애초 예상됐던 수준보다 낮게 정해졌다. 이 아파트 분양가 책정의 기준이 된 ‘힐스테이트 서리풀’은 현재 3.3㎡당 4250만원이다. 전용 80㎡ 기준으로 서초센트럴아이파크보다 2억5000만원 정도 높다. 이 아파트는 20일 1순위 청약 신청을 받는데,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와 신반포센트럴자이 못잖게 청약자들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7일 1순위 청약이 진행된 신반포센트럴자이는 평균 168대 1의 청약률로, 올해 서울 최고 청약률을 기록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8·2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에 따라 올해 10월 말부터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권은 물론 강북권에도 이미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는 신축 아파트의 경우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자들이 대거 몰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공급되는 서울 주요 아파트는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 5구역 ‘래미안 DMC 루센티아’, 강동구 ‘고덕 아르테온’, 송파구 ‘e편한세상 송파 센트럴파크’,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9구역 ‘힐스테이트 신길’ 등이 있다.

서성권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분양가상한제는 사실상 분양가가 제조원가 수준으로 정해진다는 것인데, 서울의 경우 집값이 그동안 많이 오른 만큼 시세보다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서울 모든 지역에서 공급되는 신축 아파트는 시세차익을 거둘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자금에 여유가 있는 수요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6억3627만원, 강남권은 7억7203만원, 강북권은 4억7681만원에 이른다.

청약시장이 들썩이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 값도 다시 슬그머니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1% 상승했다. 8·2 부동산 대책 이후 5주 연속 하락했던 매매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인데, 지난주 가격 변동이 없었던 구로구가 0.1% 올랐고, 서대문구(0.06%), 종로구(0.06%), 용산구(0.04%), 영등포구(0.04%) 순으로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