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통신망 운영 기술을 세계 3위 이동통신업체인 인도의 바르티 에어텔에 수출한다.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은 12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열린 이동통신 전시회인 MWCA(모바일월드콩그레스아메리카)에서 바르티 에어텔의 수닐 바르티 미탈 회장과 만나 통신망 운영 기술을 수출하는 내용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SK텔레콤은 2019년까지 인도 전역에 구축된 바르티 에어텔의 LTE(4세대 이동통신)망에 AI 운영 기술을 적용하고, 망 관리 소프트웨어도 제공할 예정이다. 계약 규모는 1000억원 내외로 전해졌다. 이는 국내 통신 업체의 기술 수출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박 사장은 "AI를 통신망에 적용하면 통신 장애 발생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고, 문제 복구 시간 역시 4분의 1까지 낮출 수 있다"며 "앞으로 SK텔레콤을 소프트웨어·기술 수출 기업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생존 위해서는 사업 다각화가 필수"

박 사장은 하루 전인 11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사용자로부터 통신요금을 징수받는 사업 모델은 급속도로 도태될 것"이라며 "앞으로 SK텔레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통신업이 아닌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아 수익원 다각화(多角化)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 박정호(왼쪽) 사장이 12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세계 3위 이동통신업체인 인도 바르티 에어텔의 수닐 바르티 미탈 회장과 만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와 콘텐츠 사업도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박 사장은 "온라인 쇼핑몰 11번가 매각설은 낭설"이라며 "앞으로 모든 상거래가 온라인으로 귀결되는 만큼 전자상거래는 SK그룹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과 SK C&C 등 그룹 IT 계열사의 역량을 총동원해 11번가의 기술력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SK텔레콤이 지난 7월 한류 콘텐츠를 보유한 연예 기획·콘텐츠 제작사인 SM C&C에 65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지분율 46%)로 올라섰다. 박 사장은 "SK텔레콤에서만 즐길 수 있는 자체 콘텐츠를 대거 확보해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SK텔레콤의 사업 다각화 모델로 미국 아마존과 일본 소프트뱅크를 꼽았다. 그는 "콘텐츠, 전자상거래, AI 비서 등을 갖춘 SK텔레콤의 사업 구조는 아마존과 유사하다"며 "SK텔레콤을 특정 사업에 의존하지 않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일본 반도체 업체 도시바 인수에 대해서는 "애플을 도시바 인수 컨소시엄에 끌어들이는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너무 힘든 상황이지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도시바 인수"라고도 했다.

"통신비 인하 방향엔 동의하지만 속도 조절해야"

박 사장은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에 대해 "방향에는 적극 동의하지만, 좀 더 찬찬히 따져가며 진행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통신 요금뿐만 아니라 100만원을 넘나드는 단말기(스마트폰) 가격도 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1일 국내 출시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8의 가격은 가장 저렴한 64GB(기가바이트) 모델이 109만4500원, 12일 공개된 애플의 아이폰X(10)는 999달러(약 112만원)에 달한다.

그는 정부에서 추진 중인 취약 계층 통신 요금 인하와 2만원대 보편 요금제 도입에 대해서도 "무조건적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통신 사업자에게 (매출 감소로 인한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세제 혜택 같은 것을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신 업계는 취약 계층에게 1만1000원의 통신 요금을 인하해줄 경우 약 80만명 이상이 공짜로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보편적 요금보다 오지(奧地) 독거 노인들을 위한 원격 의료 서비스처럼 누구나 통신 서비스의 혜택을 누리는 '보편적 서비스'의 확대가 필요하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