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성남 고등지구에서 내년 하반기 분양할 공공분양 아파트 150여 가구는 벽을 마음대로 부수고, 세울 수 있는 '맞춤형 구조' 아파트이다. 전용 59㎡, 84㎡ 등 면적에 따라 나뉘던 평면이 거주자가 원하는 대로 신혼부부형·육아형·재택근무형 등으로 바꿀 수 있다. 신혼부부는 드레스룸으로 쓰는 작은방 외의 공간을 하나로 만들어 부부가 함께 쓰는 커다란 방으로 만들고, 어린 자녀가 있으면 거실과 아이 방의 벽을 없애 놀이 공간과 자녀 침실을 연결하는 식이다.

천편일률적인 모양과 구조로 '개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던 아파트가 '입주자 맞춤형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몇몇 아파트에 적용되다가 이제는 공공 아파트에도 적용될 정도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거주자의 개성 담은 아파트가 트렌드

지난달 청약을 받은 대림산업의 서울 성동구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는 건축물의 무게를 지탱하는 벽인 내력벽(耐力壁)을 없앤 '가변형 벽체' 구조로 선보였다. 내력벽이 아닌 4개의 기둥이 아파트의 하중을 견디는 구조로, 대피 공간 등을 제외한 공간의 벽을 철거해 방과 방을 합쳐서 하나의 공간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장우현 대림산업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분양소장은 "출산 계획을 세우고 있는 부부나 장성한 자녀가 결혼해서 따로 살 예정인 입주자들이 '나중에 방을 추가로 만들거나 없앨 수 있느냐'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분양된 대우건설의 '밀양강 푸르지오'도 523가구 전체가 맞춤형이다. 방의 수와 거실의 크기를 입주자의 생활 특성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데다가 식료품 저장고나 붙박이장 등을 원하는 곳에 만들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이 아파트는 올해 경남 밀양시에서 공급된 아파트 중 최고 경쟁률인 11대 1을 기록했다.

이달 분양하는 호반건설의 '김포한강 호반베르디움 6차'와 한양의 '서울 항동 한양수자인 와이즈파크'도 전 가구를 맞춤형 구조로 내놓았다.

이재환 한양 상무는 "예전에는 발코니 확장 정도만 가능했지만 1인 가구부터 다자녀·3대(代) 거주 가구까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등장한 지금은 집의 모든 구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분양 성공을 가르는 핵심 포인트"라고 말했다.

건축 방법의 변화가 핵심

'맞춤형 구조' 아파트의 등장은 아파트 건축의 기법을 '벽식 구조'에서 '라멘 구조'로 바꾸면서 가능해진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대량으로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공사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벽식 구조'를 채택했다. 벽식 구조는 집 안 내부에 있는 벽이 건물의 하중을 버텨내는 구조이다. 이 때문에 무게를 지탱하는 벽을 마음대로 철거할 수 없다. 작년 말 정부는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세대 간 내력벽 철거'를 검토했으나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2019년 3월까지 이를 유보했다.

라멘 구조는 기둥과 보가 건물의 무게를 견딘다. 집 안에 있는 벽을 어디에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집 안 구조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위·아래층의 소음이 벽을 타고 전달되지 않고, 층과 층 사이에서 무게를 떠받치는 보(梁)가 완충 역할을 해 층간소음에도 강하다. 하지만 집 안의 공간이 얇은 벽으로만 나뉘어 방과 방 사이 소음에는 취약하고, 보가 설치된 공간만큼 층고(層高)가 높아져 벽식 구조보다 공사비가 늘어나는 것이 단점이다.

조성학 LH 공공주택본부장은 "요즘에는 주거 공간 자체를 자기가 원하는 대로 개성 있게 꾸미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맞춤형 아파트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라멘(Rahmen) 구조

테두리·틀이라는 독일어에서 따온 건축 용어로 내부의 벽이 아닌 층을 수평으로 지지하는 '보'와 수직으로 세워진 '기둥'이 건물의 하중을 버티는 구조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