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에서 전자제품 온·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오모(36) 사장은 "간편 결제를 선택하는 손님들이 늘어 죽을 맛"이라고 했다. 간편 결제는 공인인증서나 실물 신용카드가 없어도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스마트폰을 갖다 대는 것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다.

오 사장은 "가맹점이 내야 하는 신용카드 수수료는 판매액의 1~2% 수준인데, 간편 결제는 3~4%로 거의 두 배 이상"이라며 "지난 1년 새 간편 결제 비율이 크게 높아지면서 내야 하는 결제 수수료 부담도 월 70만원에서 100만원대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간편 결제 서비스를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서울 구로에서 여성 의류 전문 쇼핑몰을 운영하는 신모(30)씨는 "입점한 인터넷 쇼핑 사이트 4곳이 모두 간편 결제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고 이를 기본 결제 방식으로 채택하고 있다"면서 "영업 마진이 채 10%도 안 되는데 3~4%를 결제 수수료로 내고 나면 실제 이윤은 반 토막"이라고 했다.

연간 수수료 부담 3000억원 육박할 듯

요즘 네이버카카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 입점했거나 입점을 앞둔 중소 사업자들이 높은 '결제 수수료율'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 IT(정보기술) 업체가 운영하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페이코, 스마일페이 등 간편 결제는 매출의 4%에 육박하는 결제 수수료율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제 수수료는 소비자가 지불한 상품 대금을 판매자(가맹점)에 지불하는 과정에서 간편 결제 업체가 떼 가는 수수료다. 네이버 페이의 경우 수수료율이 3.4~3.5%(부가세 포함 3.74~3.85%), 페이코의 경우 3.3~3.7%(부가세 포함 3.63~4.07%)에 달한다. 1만원을 결제하면 363~407원이 결제 수수료로 빠지는 것이다.

카카오페이는 곧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는 자체 쇼핑몰 '카카오톡스토어'에서 3.5%의 결제 수수료를 부과한다고 공지했다. G마켓·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의 스마일페이, 11번가가 운영하는 11페이는 결제 수수료를 판매 수수료(매출의 6~12%)에 포함시켜 부과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결제 수수료율은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다른 페이 서비스와 비슷한 수준(3%대)의 결제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는 신용카드사들이 받는 결제 수수료(가맹점 수수료)와 비교해 최대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용카드사의 평균 수수료율은 2.09%이며, 특히 영세 중소 사업자(연매출 5억원 이하)를 대상으로는 0.8~1.3%의 수수료율만 받고 있다. 유일하게 삼성전자의 삼성페이만 신용카드와 동일한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간편 결제의 원조 미국 페이팔(미국 내에서 2.3~3.9%), 중국 알리페이(최대 3%)와 비교해도 국내 간편 결제의 수수료율은 높은 편"이라며 "올해의 경우 연간 3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수료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시장 지배력 바탕으로 손쉽게 수익 올려

간편 결제 시장은 본격 도입 2년여 만인 지난해 가입자 4000만명, 연간 결제액 9조원을 넘어서며 급성장 중이다. 간편 결제의 확대는 소비자들이 더 쉽게 지갑을 열도록 해 시장을 활성화시켜주는 긍정적 역할을 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중소 사업자들 사이에선 IT 대기업들이 손쉽게 수수료를 챙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대부분의 간편 결제가 개인 신용카드와 연결돼 쓰이는데, 간편 결제 업체들은 시장 독점력을 활용해 신용카드사에 1~2%대의 낮은 수수료를 내고 반대로 입점한 중소 사업자들에겐 3~4%의 수수료를 요구한다"면서 "결국 '판'을 깔아 준 대가로 중간에서 매출의 2% 이상을 손쉽게 가져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간편 결제 업체들은 그러나 "수수료율이 결코 높지 않다"고 반박한다. 한 간편 결제 업체 대표는 "결제 서비스의 속성상 365일 중단 없이 정확하게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기반 시설 유지나 시스템 관리에 상당한 비용이 든다"면서 "3%대의 수수료율은 적정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네이버 관계자도 "수수료율을 정하면서 국내외 타업체들의 수수료율을 참조했다"면서 "대형 업체인 네이버가 (수수료율을 너무 낮게 정해) '시장 질서를 깬다'는 비판을 받지 않는 수준에서 정했다"고 했다.

김병도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시장 지배력에 기반해 고율의 수수료를 받는 것은 단기적으론 수익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간편 결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