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8월 앙증맞은 크기의 사과가 올려진 케이크가 전국 파리바게뜨 가맹점 진열대에 올랐다. 고객들은 진열대 앞에 서서 '저 작은 사과가 진짜일까 모형일까'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논란의 주인공은 바로 경북 영천의 미니사과 '알프스 오토메'. 이 사과는 보통 사과의 7분의 1 크기이지만, 비타민·과당·포도당 함량이 일반 사과보다 많다. 하지만 미니사과가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재배 농가는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영천 미니사과 재배농가 농민들이 ‘가을엔 사과요거트 케이크’와 미니사과를 들고 있다.

'불량 사과' 오명 쓴 영천사과, 케이크 장식 '일등공신'으로

파리바게뜨는 크기가 작아 '불량 사과'라는 오명을 갖게 된 영천 미니사과를 뛰어난 장식용 식재료로 탈바꿈시켰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2012년 9월 경북 영천시와 미니사과 공급 및 상생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파리바게뜨는 미니사과라는 신선한 재료로 새로운 케이크 메뉴를 개발하고, 영천시는 미니사과 재배 농가를 위한 안정된 수익 기반을 확보한 것이다.

파리바게뜨는 '가을엔 사과요거트 케이크'를 출시해 케이크 위 장식으로 영천 미니사과 한 개를 통째로 얹었다. 이 케이크는 일반 케이크 대비 4배 높은 매출을 내 파리바게뜨의 효자상품이 됐다. 영천 사과 재배 농가 역시 연평균 8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특히 농가는 새로운 기회까지 얻을 수 있었다. 직접 재배한 미니사과를 한아름 안고 활짝 웃는 농민의 포스터가 전국 3200여 파리바게뜨 매장에 부착돼 홍보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거래가 없었던 식자재 회사로부터 '급식·간식용으로 미니사과를 구매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고,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 지역 100여개 학교에 급식용 미니사과를 납품하게 됐다. 중간 상인들도 영천시를 직접 찾아 미니사과를 사갔다. 영천시는 SPC그룹과의 협력으로 수익·홍보·판로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게 된 셈이다.

SPC그룹은 2012년 영천 미니사과 케이크 판매 수익금 일부로 영천 미니사과 포장상자 1만4000여개를 새롭게 제작해 농가에 공급함으로써 수익을 농가와 공유했다.

지역 농가에 안정적 수익기반 제공

SPC그룹은 영천시 뿐만 아니라 전남·경북·경남·강원 등 총 16개 시·군·자치단체와 MOU를 체결하고, 사과·딸기·토마토·찹쌀·고구마·마늘 등 17개 농산물을 직거래를 통해 구매해 지역 농가와 상생하고 있다. SPC그룹은 영천 사과, 산청 딸기, 의성 마늘, 해남 고구마, 고흥 찹쌀, 익산 쌀 등 지역별 특화 농산물을 활용한 제품 200여종을 개발해 전국 파리바게뜨와 떡 프랜차이즈 빚은 등의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2014년 1월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행복한 동반성장 협약'을 맺고, 2018년까지 1조원 규모의 우리 농축산물을 구매하고 직거래 협약을 20개 지역, 22개 품목으로 늘리기로 했다.

연간 13만톤의 밀을 사용하는 SPC그룹은 1%에 불과한 국내 밀 자급률 확대를 위해 우리 밀 살리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SPC그룹은 2008년 우리 밀 전문 가공업체 '밀다원'을 인수하며 우리밀 사업을 시작한 이래 군산, 김제, 해남 등 주요 밀 생산지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꾸준히 우리 밀을 수매해 왔다.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 던킨도너츠, SPC삼립 등을 통해 우리 밀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2015년 4월에는 제빵에 특화된 우리 밀 재배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의령군과 함께 '조경밀 특화재배단지 구축을 위한 행복한 동반성장 협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SPC그룹의 농가 직거래 확대·우리 밀 살리기 활동은 기업과 농가가 함께 성장하는 상생·협력 모델이다. 농가는 판로를 확보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부가가치를 높일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기업은 양질의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품질 관리가 가능해진다. 유통단계가 축소돼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다.

김범성 SPC그룹 홍보실 전무는 "시·군·자치단체와의 MOU를 통해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건강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며 "앞으로 지역 농가와의 협약을 확대해 지역경제와 함께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