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영업정지를 당한 롯데마트가 중국 현지 점포 절반을 매각하고, 매장 인력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8일 확인됐다.

롯데마트는 지난 3월 이후 중국 내 점포 99곳 가운데 87곳이 영업을 중단했다. 중국 당국이 소방·위생·환경 규정 위반을 구실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누적 매출 손실은 5000억원대, 연말까지는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매일 30억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중국 현지 99개 롯데마트 점포 가운데 최대 50여개를 분할 매각하고, 현지 매장 직원도 안전 요원 등 필수 인원을 제외한 90%를 단계적으로 감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롯데 측은 "중국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드 보복 사태가 단시일 내에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아 장기적으로 버티기 위한 고육지책을 고려 중인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중국 내 점포를 권역·지역별로 묶어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관계자는 "현재 몇몇 중국 기업과 접촉 중이지만 구체적인 규모와 시기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화북 권역, 상하이 중심의 화동 권역 등 4개로 나눠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당초 롯데마트는 "실적이 저조한 일부 매장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사업 규모를 소폭 축소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한·중 관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자 구조조정의 강도를 좀 더 높이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의 영업 중단 조치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상하이 롯데마트 점포에서 한 직원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드 보복으로 중국 롯데마트 점포 99곳 중 87곳이 문을 닫았다.

작년 말 1만2000여명에 달하던 롯데마트의 중국 현지 직원은 영업 중단 이후 자발적으로 그만두는 직원이 생기면서 9500명 선으로 줄었다. 롯데마트는 사태 초기에는 영업 중단으로 일을 못하는 직원에게 받던 임금의 100%를 지급했지만, 최근에는 최저임금의 70%를 지급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현재 직원 인건비와 점포 임차료 등으로 매달 250억~300억원을 지출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마트가 국내 사업에서 기록한 매출은 5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270억원이다. 사실상 국내 1년치 영업이익에 해당하는 자금을 매달 중국 사업에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롯데마트는 중국 점포의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올 3월과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7000억원의 긴급 운영 자금을 투입했다. 지난 3월에 수혈한 운영 자금은 모두 소진됐다. 2차 자금으로 일단 연말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일각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상황을 장기간 지속할 수 없다"며 좀 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경북 성주 기지에 사드 잔여 발사대 4기(基)가 추가 배치되자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한·중 관계는 더욱 악화되는 모양새다. 롯데 관계자는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규모를 줄이는 등 유연하게 대처하는 탄력성을 갖추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마트도 중국 철수를 결정하고 최근 현지 점포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997년 2월 상하이에 취양점을 열고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마트는 2010년 현지 점포가 26개에 달했지만 이후 매출 부진으로 고전했다. 2011년 점포 11개를 일괄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벌였고, 현재 6개 점포만 남아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중국에서 216억원의 손실을 보는 등 최근 4년간 1500억원대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이마트는 중국에서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태국 유통기업인 CP그룹에 5개 점포를 일괄 매각하는 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이 마무리되면 이마트는 20년 만에 중국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