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이마트가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다. 이마트는 최근 몇년간 중국 사업 부문에 대해 구조조정을 진행해왔으나, 올 초부터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견딜 수 없는 상황까지 몰리면서 진출 20년만에 백기를 들게 됐다. 또 다른 국내 유통 대기업 롯데는 중국에서 수천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으며 버티기 싸움을 할 태세지만 포기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마트, 연내 중국 사업 정리한다...베트남⋅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눈돌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중국 내 이마트를 태국 대기업인 차로엔 폭펀드(CP)그룹에 모두 매각하고 연내 중국 사업을 모두 정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중국 사업 철수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기존 점포를 (타사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철수할지는 확정되지는 않았다. 올해 안에 중국 시장에서 완전 나올 계획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설령 매각하지 못하더라도 임대 기간이 끝나면 철수할 것”이라며 “포기 수순인 것은 맞지 않겠느냐”고 했다.

신세계 이마트는 연내 중국 사업을 철수할 계획이다

신세계 측은 올 초 사드 보복이 가시화되자 중국 시장에서 손을 털 것이라고 대외적으로 밝혀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24일 스타필드 고양 개장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에서는 철수 절차를 밟고 있고 연말이면 완벽하게 철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마트가 중국에서 나오면, 1997년 국내 대형마트로 처음으로 상하이에 매장을 연지 20년만에 손을 떼는 셈이다. 이마트는 한 때 중국에 26개까지 매장을 확대했지만, 수익성이 악화되어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현재는 점포 6곳만 남아있다.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이마트의 중국 내 매출은 올 상반기 71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026억원) 대비 30% 감소했다. 이마트의 중국 사업은 지난 2011년 한 해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냈고 최근 4년간 누적 적자액만 1500억원에 달한다. 상반기엔 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중국 화교 자본으로 만들어진 태국 재벌 CP그룹은 중국계 보험회사 핑안보험, 동남아 통신사 트루그룹, 수퍼마켓 브랜드 로투스(Lotus) 등을 소유한 태국 유통회사로, 태국 내에선 편의점 세븐일레븐 운영권을 갖고 있다. CP그룹은 중국 대도시에서 60여개의 로투스 점포를 운영 중인데, 현재 남아있는 이마트 점포를 인수하면 로투스와 통합 경영 방안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중국에서 나오는 대신 성장 잠재성이 높고 상대적으로 경영 환경이 덜 척박한 베트남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이마트는 2015년 12월 베트남 1호점인 ‘고밥점’의 문을 열었고 2019년 2호점 출점을 계획 중이다. 이마트의 베트남 사업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2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8% 증가했다. 이외에도 말레이시아 등에 ‘노브랜드’ ‘e브랜드’를 단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올 10월에는 몽골에 가맹점 형태로 이마트 2호점을 낼 계획이다.

◆중국서 ‘버티기’ 돌입한 롯데...적자 증가하지만 공식적으로 포기 못해

롯데마트는 중국 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쉽사리 철수하지 못하고 있다. 점포가 6곳 밖에 되지 않은 이마트와 달리, 롯데마트는 중국 내 112개의 점포(슈퍼마켓 13개 포함)를 운영 중이다. 사드 보복이 본격화하면서 이 가운데 87개의 점포는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중국 사업에 대한 애착이 깊다. 신 회장은 중국 내 롯데마트 점포들이 영업을 중단한 직후인 지난 3월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중국은 포기하기엔 너무나 중요한 시장이다. 나는 중국을 사랑한다. 우리(롯데)는 중국에서 사업을 계속 해나가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베이징에 있는 중국 롯데마트 매장

롯데쇼핑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중국 내 할인점(롯데마트)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5% 급감했고 중국내 5개 지점을 운영하는 롯데백화점도 같은 기간 매출이 30% 감소했다. 현지 중국인 소비자들의 한국 제품 불매운동까지 확산되면서 그나마 영업 중인 25여개 롯데마트의 점포 매출도 상반기에 전년 대비 80%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의 중국 사업이 사실상 올스톱됐지만, 회사는 사업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롯데는 현지 사업의 운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올 3월 3600억원 규모 자금을 긴급 수혈한데 이어 최근 추가로 3억달러(3400억원)을 수혈하기로 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올 초에 긴급 수혈한 3600억원이 모두 소진돼 추가 차입을 결정했다”며 “연말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방침이지만 적자 규모 등, 부담이 지속적으로 커지면서 포기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성장성이 높은 시장이지만 현지업체들의 텃세가 심해, 미국이나 유럽 회사들도 쉽게 뚫지 못하는 곳”이라며 “연말까지 정치적 불안정성이 해소되지 못하면 숨통이 트일지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