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1일 출시 예정인 ‘갤럭시노트8’의 출고가가 논란이 일고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갤럭시노트8의 출고가가 100만원 미만이라고 밝혔다가 이를 번복, 109만원으로 책정했기 때문이다. 갤럭시노트 시리즈 중 역대 최고가다. 일각에서는 10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상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조항 폐지를 앞두고 지원금 상향을 위해 추가 마케팅비를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전자 및 통신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가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앞두고 갤럭시노트8의 출고가를 역대 최고가로 책정하고 지원금을 상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움직임에 LG전자도 전략 스마트폰 신제품 ‘V30’의 출고가를 예상 가격 80만원대가 아닌 90만원 후반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신 전략 스마트폰 출고가 상승과 지원금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이동통신 유통가에서는 아이폰8 출시 시기가 최신 스마트폰 구입 적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이폰8 출시와 함께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대거 몰리면 지원금도 대폭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갤럭시노트 시리즈 출고가 변화 추이

◆ 갤노트 시리즈, 지원금 상한제 끝나자 다시 100만원대로

갤럭시노트 시리즈는 지원금 제한이 없던 단통법 시행 전에는 가격이 100만원을 넘었다. 단통법 시행 후에는 100만원 이하였다가 단통법상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앞두고 갤럭시노트8의 출고가가 다시 100만원을 훌쩍 넘긴 것이다.

이같은 가격정책 추세에 대해 삼성전자가 단말기 지원금 상향을 염두에 두고 갤럭시노트8의 출고가를 높게 책정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단말기 지원금은 이동통신사와 제조사가 부담하는 비용으로 제품 출고가에 마케팅비로 반영된다. 단통법 시행으로 33만원 이상의 단말기 지원금은 금지돼 왔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후 지원금이 제한되면서 제조사인 삼성전자의 마케팅비 부담이 크게 줄었고, 그만큼 제품 출고가도 인하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다만, 다시 지원금 (상한) 제한이 풀리면 예전처럼 지원금을 높이기 위해 제품 출고가에 이 비용을 포함시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또 “고동진 사장이 갤럭시노트8의 출고가를 100만원 미만이라고 밝혔다가 입장을 번복한 진짜 이유는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염두에 둔 조치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8은 전작 대비 고사양이며 듀얼카메라와 대화면 채택 등으로 원가 상승요인이 있다”며 “10월 이후 지원금 상향 가능성에 대해선 밝힐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2017년 8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피에르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갤럭시노트8의 출고가를 100만원을 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삼성에 지원금 경쟁 밀릴수 없다”…LG ‘V30’ 90만원대 후반 예상

오는 21일, 갤럭시노트8과 같은날 출시될 예정인 LG전자(066570)전략 스마트폰 신제품 ‘V30’의 국내 출고가는 미정이다. 하지만 삼성과 마찬가지로, 지원금 상한제 폐지 후 지원금 인상을 위한 마케팅비 증액분을 출고가에 포함시킬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V30의 출고가는 당초 예상했던 80만원대가 아닌 90만원대 후반이 유력시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왼쪽)과 LG전자 ‘V30’ / 심민관 기자=뉴욕(왼쪽)

업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LG전자가 부품 모듈화를 통해 생산원가를 대폭 낮춰 출고가 인하 카드를 들고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V30 예상 가격이 80만원대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이유다. 모듈화는 여러 개의 부품을 하나의 덩어리로 결합하는 것으로, 부품의 조립공정을 단순화해 제품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다.

LG전자는 V30의 미국 출고가를 85만원으로 책정해 먼저 공표했지만 국내 출고가 발표는 미룬 상태다. 이는 LG전자가 경쟁사인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의 국내 출고가를 확인한 뒤, V30의 출고가를 결정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단말기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갤럭시노트8의 출고가를 역대 최고가인 109만원으로 발표하면서 지원금 상한제 폐지 후 지원금을 대폭 인상할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LG전자 입장에서도 V30의 국내 출고가를 90만원대 후반으로 높여 지원금 경쟁을 대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스마트폰 최적 구매시기는 10월 이후… 아이폰8 출시 시점을 노려라

이동통신 유통가에서는 단통법상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는 10월 이후가 최신 스마트폰 구입 적기가 될 것으로 분석한다. 삼성과 LG가 지원금을 상향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가 애플의 아이폰8까지 출시되면 지원금과 마케팅 경쟁이 더욱 과열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 신촌에서 유통점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지인들에게 10월 이후 아이폰8이 출시됐을 때를 기다렸다가 스마트폰을 구매하라고 조언하고 있다”며 “아마 그때가 역대 최고의 스마트폰 지원금 대란이 터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 아이폰8 추정 제품의 모습(왼쪽),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가운데), LG전자 V30(오른쪽)

이동통신사들도 아이폰8의 출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통신업계는 지원금 상한제 폐지 후 아이폰8이 출시되면 삼성과 LG 간 지원금 경쟁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25% 요금할인을 받는 것보다 지원금을 받는 것이 가입자에게 유리해질 수 있다. 25% 요금할인을 받는 가입자가 기대와 달리 크게 늘지 않고 지원금을 받는 가입자가 증가할 경우 이통사는 반사적 수혜를 입게 된다.

이통사들은 가입자들이 25% 선택약정 요금할인보다 지원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지원금은 이통사와 제조사가 공동 분담하지만 요금할인은 이통사가 100%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조사들의 지원금 상향이 오히려 통신사들의 숨통을 틔여줄 수도 있다”며 “제조사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라도 이통사들이 아이폰8의 프로모션을 기존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시행할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원금 상한제 폐지 후 지원금 상향으로 인한 출고가 부풀리기를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지원금 상한제 폐지 후 제조사들의 마케팅비 증액분이 제품 출고가에 그대로 반영돼 단말기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단말기 지원금을 폐지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나 제조사의 지원금 규모를 투명하게 만들어 제품 출고가를 낮추는 지원금 분리공시제를 국회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