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수요산업인 자동차‧조선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국내 최대 철강업체 포스코의 매출처 순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자동차‧조선업 불황으로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등 전통적인 주요 고객사의 매출 기여도가 줄었고 그 빈자리를 세아제강(306200), 동국제강(460860)등 다른 철강업체들이 채우고 있다.

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의 올해 상반기 매출에서 현대중공업그룹(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이 차지하는 비중은 1.7%(2414억원)로 지난해 상반기 3.1%(3650억원)보다 1.4%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현대‧기아차의 매출 기여도도 2%(2355억원)에서 1.7%(2414억원)로 0.3%포인트 하락했다. 포스코의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매출은 14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1조7000억원) 대비 20.5% 증가했기 때문에 현대‧기아차의 매출 기여도는 줄었지만 금액은 소폭 증가했다.

반면 세아제강 매출 기여도는 1.8%(2556억원)로 포스코대우(3.2%)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세아제강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매출 기여도 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금액 기준으로 보면 반년 만에 지난해 연간 매출 기여 금액(2918억원)의 87.5%를 달성한 것이다. 동국제강의 매출 기여도도 지난해 상반기 1.2%(1413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5%(2130억원)로 0.3%포인트 증가했다.

조선일보DB

일관제철소인 포스코는 자동차강판‧후판 등 철강 제품을 직접 생산해 자동차업체나 조선업체에 판매하지만, 열연 등 각종 소재를 다른 철강업체에 팔기도 한다. 세아제강, 동국제강 등 고로를 가지고 있지 않은 철강업체들은 포스코로부터 구매한 열연강판을 가공해 냉연강판, 강관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올해 상반기 포스코 매출에서 세아제강,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이유는 강관 등 일부 철강제품의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소재 구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세아제강의 주력 제품인 강관은 미국 내 원유 시추기 수 증가에 따라 유정용 강관 수요가 늘면서 북미 수출량도 증가하는 추세다.

열연 가격 상승도 중요한 원인이다. 중국 구조조정에 따른 공급 조절과 원자재인 철광석‧유연탄 가격 상승 영향으로 열연 가격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 조선 등 수요산업들의 부진 속에서 열연 가격이 상승하다보니 포스코가 세아제강, 동국제강 등 다른 철강업체로부터 벌어들이는 매출이 늘어난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체들이 포스코에서 구매하는 열연 가격이 오르면서 매출 기여도가 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세아제강, 동국제강 뿐 아니라 소재를 받아쓰는 다른 철강업체들도 매출 기여가 늘었을 것”이라고 했다.

◆ 자동차 생산 둔화‧조선 건조 감소 등 철강수요산업 부진 전망

포스코는 올해 하반기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수요산업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올해 상반기 소비세 인하 정책이 종료됨에 따라 내수 부진으로 생산량이 둔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포스코경영연구원은 3분기 자동차 생산량이 88만4000대로 2분기 생산량 112만2000대보다 2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선산업의 경우 최근 수주가 증가하고 있지만, 지난해 수주 부진 영향으로 건조량 감소세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포스코는 3분기 선박 건조량이 5600만GT(총톤수)로 지난 2분기(5200만GT)보다는 7.6% 늘지만, 지난 1분기(7100만GT) 대비 21%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의 신규 수주 규모는 182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다. 2014년 1283만CGT, 2015년 1066만CGT 등 1000만CGT 이상을 유지하던 신규 수주량이 곤두박질친 것이다. 2013년 신규 수주량(1840만CGT)의 10분의 1 수준이다. 선박을 수주한 뒤 건조를 마무리하기까지 2~3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박 건조량은 2018년 이후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제강 공정 장면

◆ 포스코는 열연 가격 올리는데…제품 가격 인상 쉽지 않은 철강업체

포스코는 열연 판매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포스코에 따르면 열연 등 탄소강 판매가격은 지난해 2분기 1톤당 55만7000원에서 올해 2분기 70만5000원으로 26.5% 올랐다. 포스코는 9~10월 열연 공급가격을 1톤당 10만원가량 인상한 데 이어 추가 인상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열연 가격 인상으로 수익을 내고 있지만, 포스코로부터 열연을 구매해서 쓰는 철강업체들은 웃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열연 가격을 올리는 만큼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등 고로업체들은 열연강판 가격을 거의 통보 수준으로 정하기 때문에 협상의 여지가 없다”며 “반면 소재를 받아쓰는 철강업체들은 다양한 업종에 있는 다양한 업체들과 제품 공급 가격을 개별 협상하기 때문에 제품 가격 인상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포스코는 열연으로 대표되는 탄소강 매출이 별도 매출액의 80%에 달하기 때문에 중국의 열연 스프레드(제품가격-원재료가격)와 상당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며 “최대 수익구간을 지나고 있는 중국 주요 철강제품들의 스프레드가 지금 상태를 유지할 경우 포스코는 별도 기준 분기 영업이익 1조원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