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에서의 긴장이 심해지면서 글로벌 자금이 금(金)이나 일본 엔화와 같은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표적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금값은 연초 이후 최고치로 뛰었고, 일본 엔화나 스위스 프랑과 같은 선진국 통화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 화폐들은 탄탄한 경제 대국의 통화이고 위기 상황이 발생해도 가치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란 이유로 안전 자산으로 꼽힌다.

반면 주식 같은 위험 자산에서는 자금이 빠른 속도로 탈출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이 빼낸 자금 규모는 1조8650억원에 달한다. 박상우 유안타증권 청담지점장은 "자산시장 조정기가 길어지자 주식처럼 시세 변동성이 있는 자산에 피로도를 느끼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면서 "주식시장과 상관관계가 낮으면서도 예금이자보다는 좀 더 높은 수익을 얻게끔 자금을 굴리는 방법이 없느냐는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금의 '안전 도피'

최근 한 달간 금(金)펀드 투자자들은 나 홀로 상승의 기쁨을 누렸다. 6일 펀드 평가 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 판매 중인 금펀드의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은 6.19%로,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2.65%)을 크게 웃돌았다. 국내에서 덩치가 가장 큰 블랙록월드골드펀드(설정액 1978억원)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1.6%에 달한다. 금펀드 수익률이 양호해지자 투자금 유입도 많아지고 있다. 올 들어 지난 5일까지 633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국제 금값은 올 들어서만 16.5% 올랐다. 국제 금값(12월물)은 6일(현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344.6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22일 이후 최고치다. 국내 금 소매가격도 6일 3.75g(한 돈)당 19만6000원으로 20만원에 바짝 다가섰다. 우리나라는 금을 대부분 수입하는데, 국제 금값이 급등한 데다 최근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오르면서 연일 상승 추세다. 장현철 삼성증권 WM리서치팀 책임연구위원은 "금값은 원래 1100~1200달러에서 왔다 갔다 했는데 북한 리스크가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1340달러 선까지 가파르게 올랐다"면서 "다만 북핵 리스크에 대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내성이 생기고 있는 만큼 더 이상 많이 오르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10월 이후 주식이 다시 주목받을 수도"

금과 함께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도 북한 6차 핵실험 이후 사흘째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엔화 가치가 오르면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지난 1일(현지 시각) 달러당 110.25엔에서 핵실험 직후인 4일 109.72엔으로 떨어졌고, 6일에는 108.69엔까지 떨어졌다. 환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기준이 되는 통화에 비해 화폐가치가 올랐다는 의미다.

스위스 프랑도 지난 1일 달러당 0.9648프랑에서 거래되던 것이 6일에는 0.9549프랑까지 떨어졌다. 연초에 달러당 엔화가 116.96엔에, 스위스 프랑이 1.019프랑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봤을 때 올 들어 두 통화가치가 크게 오른 것이다.

통상 안전 자산 중에서도 엔화가 스위스 프랑보다 선호돼 왔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쟁이 발발할 경우 일본이 북한의 사정권에 들어간다는 지리적 상황 때문이다. CNBC는 "최근 스위스 프랑이 엔화보다 더 선호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 라보뱅크의 제인 폴리 외환전략 팀장은 CNBC에 "지리적 근접성을 고려했을 때 엔화가 북핵 이슈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시장 전문가 다수는 10월 이후엔 안전 자산 가격이 내리고 다시 주식 같은 위험 자산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온수 KB증권 WM리서치부 멀티에셋전략팀장은 "지난 한 달간 북한 리스크가 지속됐음에도 많은 신흥국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 러시아 등의 증시가 고꾸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 팀장은 "전쟁이 나지 않는 한 '북한 리스크'는 경제 펀더멘털을 훼손하는 요인이 아니기 때문에 위기 상황만 지나가면 시장이 다시 기업 실적 등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