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을 하는 모습을 그린 프랑스 화가 조셉 뒤크레의 자화상(1783년작).

동료가 옆에서 하품을 하면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진다. 오후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품의 전염 현상이 치매나 자폐증 같은 신경질환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노팅엄대 스티븐 잭슨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31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하품의 전염 현상은 뇌의 운동중추에서 비롯되는 본능적 반사작용"이라고 밝혔다. 즉 다른 사람이 하품하는 것을 보고 설령 하품을 따라 하지 않겠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은 결국 뇌가 이미 하품을 하도록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연구진은 성인 36명에게 하품하는 모습이 나오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하품을 마음대로 하거나 아니면 가능한 한 참아보라고 했다. 실험 결과 하품은 참으려 할수록 더 하고 싶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하는 동안 사람들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확인했다. 하품의 전염은 뇌 일차운동영역의 본능적인 반사작용에 의해 촉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영역에 전류를 흘리면 하품의 전염이 더 잘 일어났고 반대로 전류 흐름을 막으면 하품을 참을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비정상적인 반향(反響) 현상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반향 현상은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을 자신도 모르게 따라 하거나 병적으로 반복하는 현상이다. 간질이나 치매, 자폐증, 투렛증후군 환자들이 스스로 행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것도 반향 현상의 일종으로 설명된다.

예를 들어 틱장애로 불리는 투렛증후군 환자가 순간적으로 어떤 행동이나 소리를 내며 경련(틱)을 일으킨다. 잭슨 교수는 "하품의 전염을 조절한 것처럼 신경 질환을 유발하는 뇌 특정 영역의 자극을 조절할 수 있다면 틱 증세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하품은 왜 전염될까. 입을 크게 벌려 호흡하면 뇌에 산소가 많이 공급돼 잠이 깬다. 과학자들은 처음에는 사회생활을 하는 영장류가 서로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하품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가 점점 집단의 유대감을 높이는 기능으로 발전했다고 추정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낯선 사람보다 가까운 사람의 하품에 더 잘 전염된다. 하품의 전염이 일종의 공감(共感)이나 감정이입이란 말이다. 스위스 과학자들은 다른 사람의 하품을 따라 하면 뇌에서 공감을 담당하는 거울 뉴런이라는 신경세포가 활발하게 작동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