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일 오는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9월 30일(토요일)부터 한글날인 10월 9일까지 10일에 달하는 역대 최장 기간의 황금연휴가 확정됐다.

이날 직장인 김모(33)씨는 런던행 왕복 항공편을 급히 예약했다. 평소 100만~150만원이던 항공료가 300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상황. 비싼 가격에 고민했지만 김씨는 "이런 장기 휴일을 다시 만나기 어렵다고 생각해 눈을 질끈 감았다"고 말했다.

10월 황금연휴 국제선 항공편은 동나기 직전이다. 5일 오후 기준으로 주요 항공사의 예매율은 90%대까지 치솟았다. 국내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의 해외여행 상품은 대부분 매진됐다.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연휴를 늘렸지만, 장기 연휴를 이용해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이 급증해 올 10월 출국자는 전년 대비 최대 30%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10월 초 중국의 국경절 연휴를 맞아 국내에 올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관광객은 사드 보복 영향으로 과거의 반 토막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북핵 위기까지 겹치면서 일본 등 다른 나라의 관광객도 줄고 있다. 이는 여행수지 적자를 심화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여행수지 적자는 사상 최대치인 17억9000만달러(약 2조250억원)를 기록했으며, 앞으로도 커질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국민이 모처럼 쉬고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5일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 국민은 장기 연휴를 장기간 해외여행을 떠날 기회로 여기고 있다. 추석 연휴를 20여일 앞둔 이날, 대한항공의 터키 이스탄불 노선의 예약률은 99%, 스페인 마드리드 노선은 97%에 달했다. 아시아나항공 전체 노선 예약률은 81.4%로, 지난해 추석 연휴의 탑승률(79.7%)을 이미 넘어섰다. 저비용 항공사(LCC) 제주항공의 일본 후쿠오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노선 예약률은 95~96% 수준이다.

하나투어의 올 추석 연휴 여행 상품 예약자는 7만5000여명으로, 작년 추석 때에 비해 36% 늘었다. 조일상 하나투어 팀장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서유럽을 돌아보는 패키지 상품은 두 달 전부터 예약이 끝났다"고 했다.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이 찾는 해외 휴양지는 이미 100%에 가까운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추석 연휴와 맞물린 10월 국경절 연휴 때 한국을 찾을 중국인 관광객은 10만명을 넘기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3년간 매년 16만~20만명이 찾았지만, 올해는 지난 3월 이후 중국 단체 관광객의 방한 상품 판매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김만진 한국관광공사 국제관광전략팀장은 "지난해 807만명이던 방한 중국 관광객이 올해는 370만명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한 중국 관광객이 400만명을 밑도는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여행수지 적자는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7월 여행수지 적자는 17억9000만달러(약 2조250억원)로, 적자 폭이 가장 컸던 2008년 7월보다 1억4000만달러 더 늘었다. 7월 해외 출국자가 역대 최대치인 38만9000명으로 작년 7월보다 14.5% 증가했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인 입국자는 100만9000명으로 40.8% 감소했다. 특히 중국인 입국자는 28만1000명으로 69.3% 급감했다. 앞으로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도 영향을 주고 있다. 올 들어 한·일 관계가 조금씩 풀리면서 오름세로 돌아서던 방한 일본 관광객은 북핵 리스크가 불거진 4월 이후엔 작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 달 15만명 안팎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전체 외국인 관광객이 1256만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고를 기록한 1724만명에 비해 27% 감소한 수치다. 반면 해외로 떠나는 한국인 관광객은 작년 2238만명으로 처음으로 2000만명을 돌파했고, 올해는 266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