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과 환율이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4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의 6차 핵실험에도 세계 금융시장이 대체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며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정치적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하는 데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지정학적 위협이 실제 행동으로 나올 경우 시장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WSJ는 이번 북한 핵실험 이후 한국과 일본의 주식과 환율 시장이 '미적지근한(tepid)'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코스피는 핵실험 다음 날인 4일 오전 한때 2%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지만, 이후 낙폭을 줄이며 1.19% 하락 마감했다. 5일에도 전날 대비 0.13% 소폭 하락했다. 4일 일본 닛케이평균은 전 거래일 대비 0.93% 하락했고,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엔화는 이날 0.7% 오르는 데 그쳤다.

WSJ는 "시장이 크게 반응하지 않는 건 '핵전쟁'이라는 재앙에 가까운 위험성을 '헤지(hedge·위험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애초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실제 전쟁이 터지지 않는 한, 아시아와 서방의 경제 펀더멘털 개선에만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신문은 현재의 시장 상황이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에 비견될 정도로 위험하다고 했다. 당시에도 위험성이 최고조에 달했던 그해 10월 마지막 주, 다우지수의 낙폭은 1% 미만이었다. WSJ는 "북한은 쿠바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위기 상황에도 주가 폭락이 없었다는 점에서 유사한 선례"라고 했다.

신문은 "시장이 한반도 위기에 반응하지 않는 건, 실제 전쟁이 벌어졌을 때의 상황을 고려해보는 것조차 끔찍하기 때문"이라며 "이는 참으로 오싹한 위안(cold comfort)"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