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미주‧아주 영업망을 토대로 새롭게 컨테이너 시장에 뛰어든 SM상선이 예상보다 빠른 시간 안에 자리잡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컨설팅업체 드류리(Drewry)는 SM상선이 조만간 글로벌 상위 20위권 안에 진입한 뒤 중견 선사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파라이너 조사 결과 9월 기준 SM상선의 선복량은 5만1549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29위다. 하지만 원양 노선을 추가 개설하기 위해 미리 확보해 둔 선박까지 모두 더하면 10만1165TEU(18척)로 19위 중국 선사 SITC(9만8747TEU)를 제치고 상위 20위권 안에 진입할 수 있다. SM상선은 “올해 말까지 선박 수를 30척까지 늘릴 계획이기 때문에 20위권 안에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드류리는 “SM상선이 빠른 속도로 성장해 지난 3월 서비스를 개시한지 6개월 만에 인트라 아시아, 인도, 미주 등에서 주당 9개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며 “기존에 컨테이너 산업에 새롭게 진출했던 선사들은 운임을 낮게 책정해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었지만, SM상선이 미주 노선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에도 운임은 낮아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중단기적으로 봤을 때 SM상선이 글로벌 상위 선사들과 경쟁하지 않겠지만, 빠른 시간 안에 중형(medium-size) 부문에서 틈새시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드류리는 SM상선‧현대상선 등 한국 선사 14곳이 참여하는 한국해운연합(KSP)이 아시아 지역 내에서 체계적인 조직을 만들어 한국 선사들의 노선 품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 여의도 SM상선 본사

◆ 3분기 흑자 전환 가능 전망도

SM상선이 올해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SM상선은 당초 일러야 내년 쯤 흑자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상반기 누적 매출 700억원, 영업손실 141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하나금융투자는 오는 3분기 SM상선이 매출 1198억원, 영업이익 37억원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신민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M상선의 지난 2분기 실적에서 외형 성장이 가팔랐고, 저렴한 선박을 확보해 원가경쟁력도 갖춘 것을 확인했다”며 “미주노선의 7월 소석률(화물 적재율)이 90%를 넘고 있으며, 운임인상을 반영하면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SM상선은 올해 5월 신규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에 고정 화주보다 스팟(단기운송계약) 화주 비중이 높아 운임 인상 효과가 높다”고 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분석 결과 올해 1~8월 미주 서안 노선에서 누적 평균 스팟 운임은 1FEU당 1546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1FEU당 1031달러) 50% 증가했다.

선적 대기 중인 SM상선 컨테이너

◆ 원양 노선 추가 개설‧계열사 합병 등 과제 남아

SM상선이 국내 중견 선사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은 원양 노선이다. 국내에서 원양 노선 서비스를 하는 곳은 SM상선과 현대상선 뿐이다. 세계 7위, 국내 1위 선사를 운영했던 인력들과 네트워크를 그대로 가져오면서 미주 서안 노선 서비스도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었다. SM상선의 매출에서도 미주 서비스(CPX)가 차지하는 비중은 73%로 압도적이다.

SM상선이 꾸준히 성장하려면 원양 노선 추가 개설이 불가피하다. 화주들도 원양 노선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M상선은 올해까지 선박 추가 확보 등 원양 노선 서비스 개시를 위한 준비를 마무리 짓고, 내년 초 미주 동안을 시작으로 중동‧홍해‧호주 등 여러 지역으로 원양 네트워크를 확장할 계획이다.

그룹 내 계열사들과의 합병 과제도 남았다. 삼라마이다스(SM)그룹은 SM상선과 비상장 계열사인 대한상선, 우방건설산업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 컨테이너 산업은 시황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실적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이에 SM그룹은 안정적으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벌크 정기선 사업(대한상선)과 주택 건설 사업(우방건설산업)을 합쳐 시황 변동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