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상선이 지난 3월 출범한지 반년이 지나도록 중국 선사들의 몽니 때문에 황해정기선사협의회(이하 황정협)에 가입하지 못해 한국~중국 수출입화물 노선을 개설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선사들은 SM상선의 가입 조건으로 SM상선과 관계없는 한진해운 채무 변제, 중국 선사의 신규 노선 개설 등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SM상선 컨테이너선

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SM상선은 중국 선사의 반대로 서비스 개시 6개월이 지나도록 황정협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올해 3월 안에 가입 절차를 끝내려고 했지만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황정협은 한‧중 항로에서 컨테이너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사들이 모여 한‧중 노선의 항권(선박운송권)을 협의하는 국적 정기선사 협의체다. 과잉선복에 따른 운임 하락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1996년 6월 ‘제4차 한‧중 해운회담’ 이후 설립됐다. 현재 한국 국적선사 14개사, 중국 국적선사 20개사, 한중합작법인 2개사 등 36개사가 회원이다.

SM상선은 황정협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로 지난 4월부터 KCX(Korea China Express) 노선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한국, 또는 한국에서 중국으로 보내는 수출입화물 서비스는 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항에서 중국발 화물 중 미국 서안 롱비치항으로 보내는 환적화물만 실고 있다.

통상적으로 황정협 신규 가입 선사가 있을 경우 상대국에 통보하는 것만으로 절차가 끝나지만, SM상선에 대해선 이례적으로 중국 측에서 반대하고 나섰다. 중국 선사가 SM상선의 가입을 반대하는 대외적인 이유는 한진해운 채무 때문이다. 이들은 한진해운이 중국에서 사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하역료 등 각종 비용을 SM상선에 대신 내라고 억지 주장하고 있다. SM상선은 한진해운으로부터 영업권만 인수했기 때문에 한진해운 채무를 갚을 의무는 전혀 없다.

최근에는 SM상선의 가입을 조건으로 중국의 한국 노선 추가 개설을 요구하고 있다. 한‧중 노선 개수는 같은 것이 원칙이다. 중국 선사가 1개 노선을 늘리면, 한국 선사도 1개 노선을 늘리는 식이다. 한‧중 항로는 선사가 마음대로 개설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황정협 합의를 거친 뒤 양국 간 해운회담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중국 선사들은 SM상선이 황정협 가입을 신청하기 전부터 항권 1개를 요구했지만, 한국 정부는 동일성 원칙에 벗어나기 때문에 황정협 협의부터 거쳐야 한다며 거절한 바 있다. 또 한국 측은 한진해운이 가지고 있던 항권 3개를 사용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 측 요구를 들어줄 의무는 없다.

SM상선은 최근까지 중국 측과 만나 황정협 가입 논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한‧중 사이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정치적 문제도 얽혀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SM상선 관계자는 “현재 부산항 환적화물 운영은 가능하지만, 물동량이 많은 한중 수출입서비스를 못하는 상태로 계속 갈 수는 없기 때문에 황정협 가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선주협회와 함께 시간을 가지고 중국 측과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