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터넷 쇼핑몰 티켓몬스터는 지난달 8일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교통카드와 피규어 열쇠고리 세트(21만7800원)를 출시했다. 처음 준비한 500개가 팔리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시간이었다. 티켓몬스터는 워너원이 1등을 한 아이돌 경연 프로그램에서 팬들이 투표하는 공식 ‘온라인 채널’을 맡았다. 김상희 티켓몬스터 제휴사업본부장은 “투표 참여를 위해 티켓몬스터에 새로 가입한 고객만 36만명이었다”며 “아이돌 상품을 더 기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 앞은 워너원 특설 매장 개점을 앞두고 줄을 선 고객들로 인산인해였다. 주로 20~30대 여성이 많았다. 직장인 이지현(29)씨는 “수작업으로 만든 피규어를 20개만 한정 판매한다고 해 반일 휴가를 내고 왔다”고 말했다.

◇커지는 아이돌 상품 시장

인기 연예인의 사진·캐릭터를 이용한 물건을 만들어 파는 아이돌 상품 사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5대 연예기획사인 SM·YG·JYP·CUBE·FNC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관련 매출은 2014년 750억원에서 2년 만인 2016년에는 두 배인 1500억원으로 늘었다. 업계는 다른 연예기획사와 비공식 유통망까지 포함하면 시장 규모가 2000억원은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유통업계도 연예기획사와 협업해 아이돌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SK플래닛의 11번가는 지난달 8일 SM 소속 걸 그룹인 레드벨벳과 보이 그룹 샤이니 멤버 태민의 이미지 상품을 단독으로 판매했다. 롯데마트도 24만8000원짜리 워너원 11인 피규어 세트를 점포당 200개 한정으로 총 11개 점포에서 팔았는데, 판매 예약을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다 팔렸다. 김수경 SK플래닛 11번가 MD3본부장은 “아이돌 상품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무한하다”며 “앞으로 의류, 생활용품, 식품 등 전방위에 걸친 다양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연예기획사는 아이돌 상품 사업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SM은 자체 브랜드인 ‘썸(SUM)마켓’을 만들어, 코엑스 내 복합 문화 공간 ‘SM타운’에서 판매하고 있다. YG는 화장품 브랜드인 문샷을 냈다. 연예계 관계자는 “음반 시장이 침체기를 맞으면서 더 이상 앨범과 공연만으로는 수익을 얻기 힘들어지고 있다”며 “관련 상품 사업은 해당 가수가 활동을 하지 않을 때도 판매할 수 있는 안정적 수익원”이라고 말했다.

◇구매력 높은 성인 팬 늘어

아이돌 상품 사업이 커진 배경에는 팬층의 외연 확대가 있다. 청소년뿐 아니라 구매력이 있는 20~30대 여성을 팬으로 확보하는 아이돌이 늘고 있다.

티켓몬스터에 따르면, 워너원 상품 세트를 구입한 고객 중 가장 많은 나이대는 20대(29%)였고, 그 뒤를 30대와 10대가 이었다. 롯데마트의 경우에도 워너원 피규어 세트를 구입한 고객 가운데 30대가 31.1%로 가장 많았다.

식품업계도 아이돌 상품을 발매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유산균 과자 ‘요하이’의 모델로 워너원을 발탁한 후 과자와 함께 브로마이드를 패키지에 담아 판매했는데, 이 브로마이드는 중고품 거래 사이트에서 1만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아이돌을 등장시킨 광고를 거의 하지 않았던 하이트진로는 지난 6월 워너원 멤버 중 성인 6명을 맥주 신제품 엑스트라 콜드의 광고 모델로 썼다.

아이돌 그룹 엑소의 앨범 로고 등을 넣은 1만8000원짜리 우산을 만들어 팔고 있는 세븐일레븐의 이우리 제품담당자는 “최근 팬층이 성인으로 확대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아이돌 상품도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