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시의 한 폐광산 부지. A발전사가 석탄 화력발전소 착공을 앞두고 있다. 부두까지 거리가 2㎞ 정도로 가까워 해외에서 화물선으로 들여온 발전용 석탄을 운반하기 좋다. 인근에 시멘트 회사가 있어 발전 후 남는 석탄재를 전량 시멘트 원료로 공급할 계획이다. 발전소 입지는 송전(送電)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고려하면 전력 수요가 집중된 도시 인근이 최적지이다. 하지만 석탄 운반 비용 및 환경문제로 인해 석탄화력발전소는 대부분 해안가에 입지한다. 반면 LNG 발전소는 가스 배관이 도시까지 깔려 있어 대부분 도시 인근에 건설된다.

A사 직원들은 29일 정부 발표를 듣고 깜짝 놀랐다. 정부가 '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석탄화력 발전소를 축소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따라 공사 중이거나 착공 예정인 석탄 화력발전소의 LNG 발전소 전환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A사 관계자는 "수도권 등 도시 근처가 적합한 LNG 발전소를 누가 바닷가에 짓겠는가"라며 황당해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전환 대상이 되는 석탄발전소는 모두 9기로 이 중 8기는 삼성·SK·포스코 등 민간 사업자들이 맡고 있다. 민간 발전소 8기 중 4기는 이미 착공했고, 나머지는 설계와 설비 발주가 이뤄진 상태다.

발전업계에서는 "발전 방식이나 입지 조건이 완전히 다른 석탄과 LNG의 특성을 모르는 초보적 발상"이라며 "정부 구상대로 하려면 지금까지 작업을 다 뒤엎고 인허가와 설계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전사들이 지금까지 8기 공사에 투입한 금액은 2조5300억원에 달한다. 석탄을 LNG로 바꾸면 이 중 상당액이 매몰 비용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