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이 최근 동력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인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위상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국무위원 15명을 5명으로 줄이고 민간 위원을 10명 더 늘려 민간 주도의 속도감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총리급의 위원장에 장관 15명에 민간위원 15명을 포함해 30명의 위원으로 구성될 예정이었으나 지난 7월 말 장관 5명에 민간위원 25명으로 구성되는 방안으로 변경됐다.

유 장관은 또 9월 15일로 예정된 휴대전화 요금 선택약정할인 25% 상향에 대해 기존 가입자들 소급 적용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를 기점으로 통신요금 체계를 바꿔야 할 것이며 완전자급제 도입은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2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정책간담회를 열고 최근 과기정통부를 둘러싼 4차산업혁명위원회, 과학기술혁신본부장, 통신요금 등 주요 현안을 설명했다. 유 장관은 “9월 중순 이전에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출범해 킥오프 미팅을 할 예정이고 그 때 과기정통부의 역할과 책임이 정해질 것”이라며 “국무위원들이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너무 많이 들어오게 되면 조직이 너무 무거워지고 민간 주도라는 당초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의견을 직접 전달해 조직 구성안이 바뀐 것”이라고 밝혔다.

유 장관은 지난주 진행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책 토의에서 나온 대통령 발언을 언급하며 과기정통부 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유 장관은 “대통령은 지난주 정책토의에서 긴 호흡으로 멀리 보고, 내 임기 내에서 뭘 하겠다 생각을 말라는 주문을 했다”며 “예를 들어 한국형 발사체와 달 탐사 사업만 고민하지 말고 전체 우주 기술 개발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달라는 요청인데 대통령의 국정 운영 철학에 맞춰 과기정통부의 당면 현안 과제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유영민 장관과의 일문일답.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인선 시기와 인사권 관여 정도는.

“과기혁신본부장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다. 후보군이 상당히 좁혀져 있다. 박기영 교수 사퇴 건으로 조금 신중해지면서 길어지고 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용두사미’가 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우선 위상 축소라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다.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논의할 때 총리급의 위원장을 두고 부위원장은 과기정통부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이 맡는 형태였다. 나머지 위원은 정부 국무위원들과 민간 위원 반반 구성이었다.

하지만 위원회 구성을 두고 고민을 하다 보니 정부 부처가 15개가 들어가는 상황에서 조직이 무거워져 민간 주도의 속도감 있는 업무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 그래서 정부 국무위원을 과감히 줄이고 민간 위원을 늘린 것이다. 전체 틀에서 취지에 맞게 잘하자는 뜻에서 이뤄진 것이지 절대 위상이 낮아진 게 아니다.”

―선택약정할인요금 25%로 상향은 예정대로 9월 15일부터 이뤄지나.

“통신업체가 감당하기에 가벼운 상황은 아니다. 이미 (9월 15일 시행은) 통지가 됐고 예정대로 갈 것이다. 보편요금제의 경우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단체, 국회가 협의중이지만 아직 결론을 얘기하기에는 이르다. 5G 이후 시장을 성숙시키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통신업체에 주파수 경매 가격 인하와 같은 혜택이 거론되는데 이는 정부는 ‘딜’의 대상이 아니다. 기존가입자 선택약정할인요금 상향 소급 적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원자력, 우주, 핵융합 등 거대과학 연구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금까지 수백~수천억원이 투입된 국책 연구과제를 조정하는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검토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관두는 게 아니라 제대로 한번쯤 리뷰해서 자원이 더 필요한 분야는 더 투자하고 필요없는 분야는 예산을 줄여서 필요한 분야에 집중 투자해보자는 차원이다. 전체적인 조정과 재배치 작업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이전 정부의 기관장들이 임기에 관계없이 교체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에 대해 임기를 막론하고 그만두라고 말한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임기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다만 현 정부 국정 철학이 본인의 판단으로 맞지 않을 때 물러날 수도 있다. 또 임기 만료를 앞둔 기관장이 임기 연장을 원하면 후임이 정해지지 않더라도 그만 두고 정당하게 다시 지원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예산권한을 가져오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

“가장 중요한 게 국책 연구과제의 예비타당성 조사 권한을 기획재정부에서 갖고 오는 것이다. 이미 대통령도 강하게 얘기했고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다. 국가재정법을 손보고 국회 상임위 통과라는 절차가 남아있다. 실무적으로 기재부와도 조금 더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합의에 근접하고 있다.”

―연구자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연구자가 연구에 몰두하기 어렵게 만드는 방해 요인을 찾는 태스크포스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 평가시스템, 연구과제 수주 시스템, 연구과제 기획과 보상에 대한 프로세스에서 연구자가 연구를 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을 덜어낸 프로세스를 고민하고 있다. 의지와 실행력의 문제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