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들이 해외 시장에서 오랜만에 ‘대박’ 소식을 전했다. 블루홀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가 세계 최대 온라인 PC게임 플랫폼인 미국 ‘스팀’에서 하루 최대 동시접속자 수 기준 1위를 차지하고,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2 레볼루션’은 일본 모바일 시장에서 양대 마켓 매출 상위권에 자리 잡았다.

2014년 4월에 출시해 북미에서 흥행하며 누적 매출 1조 원을 눈앞에 둔 컴투스의 모바일게임 ‘서머너 즈워’와 2016년 3월 북미·유럽 시장에 진출해 패키지게임으로 승부수를 띄운 펄어비스의 PC게임 ‘검은 사막’ 이후 오랜만에 흥행 소식이다.

◆ 블루홀, 세계 최대 플랫폼에서 동접 1위…넷마블, 공략 어려운 日서 상위권

배틀그라운드(왼쪽)와 리니지2 레볼루션은 각각 PC게임, 모바일게임 해외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게임으로 한국 게임산업의 기를 살려주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블루홀은 스팀에 얼리 액세스로 게임을 올 2월 출시한 후 기존 강자들을 하나씩 제치다가 약 반년 만에 동시접속자 87만명을 기록하며 1위를 달성한 것이다. 판매량은 이미 800만장을 넘어 매출도 2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게임 사용자들도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는 초미의 관심사다. 국내 PC게임 시장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사실상 리니지 시리즈, 미르의 전설 시리즈, 뮤 시리즈,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등 9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에 나온 작품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넷마블게임즈는 언리얼4 엔진을 기반으로 만든 고사양 모바일 MMORPG 리니지2 레볼루션을 일본에서 출시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양대 마켓 매출 순위 3위 자리에 올려뒀다. 일본 모바일게임시장은 한국 게임업계에는 볼모지와 같은 곳으로 일본 게임산업이 보유한 강력한 지식재산권(IP) 기반 게임 탓에 국내 게임의 상위권 차지는 최초다.

조신화 넷마블게임즈 사업본부장은 “PC 온라인 수준의 게임성을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해 선보였다는 점이 호평을 받고 있다”며 “일본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게임 콘텐츠를 개선한 것도 인기 요인”이라고 말했다.

◆ 공룡급 개발력과 장인급 개발력의 힘…“다음 타자가 있을까”

방준혁 넷마블 의장(왼쪽)은 모바일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고 리듬을 맞추며 게임을 제작·출시해 성공을 거뒀고, 장병규 블루홀 의장은 개발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꾸준히 개발력을 키워왔다는 점에서 스타일이 다르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개발력에 있어서는 뛰어난 역량을 보인다.

블루홀은 게임 개발자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로 정평이 나있다. 배틀그라운드 개발 총괄인 김창한 블루홀지노게임즈 프로듀서(PD)도 “개발자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평한다. 블루홀의 비전인 ‘제작의 명가’라는 목표에 맞게 장병규 의장이 장기간 투자해오면서도 개발자 개성을 존중해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개성있는 PC 게임이 등장할 수 있었다.

넷마블게임즈의 개발력도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넷마블게임즈는 상장 직후 시총 약 13조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모바일게임의 ‘공룡’이다. 모두의 마블, 몬스터 길들이기, 레이븐, 세븐나이츠 등으로 다져온 모바일게임 노하우와 개발력을 바탕으로 ‘리니지’ IP가 먹히지 않는 일본 시장에서 게임의 질과 일본시장에 맞춘 스타일로 성공을 거뒀다.

한 게임기획자는 “자본을 대거 투입해 꾸준히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흥행을 거둬온 넷마블게임즈와 트렌드에 따르기보다는 개발자를 믿고 투자해준 블루홀의 저력이 드러난 것”이라며 “모바일게임 트렌드를 선도한 곳과 트렌드와는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승부한 두 회사는 한국 게임산업의 양 극단에서의 성공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두 게임의 성공은 환영하고 반길일”이라면서도 “최근 국내 게임은 과거 IP에 의존하는 모바일 MMORPG 중심의 비슷한 게임들의 경쟁으로 재편됐고, 대기업 집중화와 대량광고 등에 의존하고 있어 여러 작품이 중국과 일본 등 해외시장에서 꾸준히 성과를 거뒀던 과거의 영광을 찾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