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가 있었을까, 우연일까?”

‘8·2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서면만으로 졸속 지정됐다는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이번 대책을 총괄한 당정 두 책임자의 지역구가 투기과열지구에서 고스란히 빠진 것을 두고 의도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 8·2 대책에서 서울 전역(25개구)과 경기도 과천, 세종시 등 27개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가운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지역구인 경기도 고양시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의 지역구인 경기도 성남시는 제외됐다.

부동산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김 장관과 김 의원의 지역구가 투기과열지구에서 제외됐을 때부터 일각에선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회의 한 번 없이 서면으로만 졸속 지정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의도적으로 제외했다는 의혹이 더 거세지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느티마을 3단지 아파트.

대책 준비를 졸속 처리했다는 의혹에 더해, 김 장관과 김 의원의 지역구가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피해 반사효과까지 누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성남시 일대는 8·2 대책 이후 풍선효과를 톡톡이 누리고 있는 지역 가운데 한 곳이다.

성남 분당구 아파트값은 대책 발표 후 3주간 0.81% 올랐는데, 같은 기간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서울은 0.11% 하락했고, 세종은 0.05% 오르는 데 그쳤다.

그동안의 오름세를 보더라도 성남이 투기과열지구 지정에서 빠질 이유는 딱히 없어 보인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성남시 아파트 매매가는 최근 1년간 2.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1.3%)을 웃돈다. 올해만 놓고 보면 상승폭은 더 큰 편이다. 성남시 아파트값은 올해 7월까지 1.8% 올랐는데, 전국(0.6%)의 세 배 수준이다.

실제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보면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 97㎡는 지난해 7월 11억2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달 12억3000만원에 계약됐다. 1년 새 10% 정도 오른 셈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지역구인 고양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고양시는 현재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있는데, 일산 킨텍스와 광역급행철도(GTX) 등의 호재로 일대 집값이 상승세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 단지.

실제 고양시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 1년간 3.2% 올랐다. 일산동구(4.0%)의 아파트값 상승률만 놓고 보면 이번 대책에서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세종시(4.0%)와 같다.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의 도봉(3.3%)·강북(2.1%)·성북(2.9%)·중랑구(2.0%) 등의 아파트값 상승률과 비교하면 오히려 더 높지만, 투기과열지구에서 빠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황상 모양새가 이상하게 됐지만, 김현미 장관과 김태년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고양시와 성남시를 (투기과열지구에서) 의도적으로 뺐다고 보기는 힘들다”면서 “어찌 됐든 투기과열지구에서 비껴나면서 대책 후 반사효과를 누릴 가능성은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