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과 '탈(脫) 중국'. 올해 우리나라 게임 업계의 화두다.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 등 국내 '빅3' 게임사들은 올해 하반기 초대형 모바일 게임 신작을 대거 출시하는 동시에, 미개척지였던 북미와 동남아 시장 공략에 적극 뛰어들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 게임 시장 진출길이 막히면서 변화된 시장 상황에 발을 맞추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좋은 편이다. 모바일게임을 주력으로 삼은 넷마블의 상반기 매출액은 1조2273억원으로 전년대비 81% 증가했다.

북미시장과 동남아시아에서 성과를 낸 넥슨은 매출액 1조234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27%의 성장률을 올렸다. 엔씨소프트는 매출액 4981억원으로 전년대비 3% 성장에 그쳤지만 지난달 출시한 모바일게임 '리니지M'이 큰 인기를 얻고 있어 하반기 실적은 더 개선될 전망이다.

국내 ‘빅3’ 게임사들이 올 하반기 모바일 게임과 북미·유럽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넥슨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게임 전시회 ‘E3 2017’에서 공개한 신작 ‘로브레이커즈’를 관람객이 체험하는 모습.

모바일 게임이 성장 주도

게임업계의 미래 먹거리는 모바일이다. 게임전문 리서치회사 뉴주(NEWZOO)에 따르면 2017년 글로벌 게임 시장 규모는 1089억달러(123조원)로, 이중 모바일게임이 461억달러(52조원)로 42%를 차지할 전망이다. 모바일 게임의 성장세도 두드러져서, 전체 게임 시장이 7.8% 증가하는 사이 모바일은 19%나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 1위 모바일게임 업체인 넷마블은 지난 2월 8000여 억원을 들여 북미 모바일 게임 개발사 카밤을 인수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마블 올스타배틀'은 7월 북미 앱스토어 인기 1위에 올랐다. 스파이더맨, 어벤저스 등 북미 이용자들에게 익숙한 마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게임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우수한 해외 개발사를 지속적으로 인수·합병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겠다"고 했다.

모바일 분야에선 한발 뒤처졌던 넥슨과 엔씨소프트도 신작 모바일 RPG(역할수행게임)를 쏟아내며 반전에 나섰다. 넥슨이 7월에 출시한 모바일 RPG '다크어벤저3'와 9월 출시 예정 '액스(AXE)'가 과거 넥슨의 전성 시대를 열었던 PC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와 '크레이지아케이드'의 성공 스토리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7년째 PC온라인게임으로만 개발해왔던 리니지의 후속작 '리니지 이터널'을 모바일 버전으로 내놓기로 했다. 또 5년 전 PC게임으로 출시해 선풍적 반응을 일으켰던 '블레이드&소울'도 모바일로 옮길 계획이다.

엔씨소프트가 지난 5월 개최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의 사전 공개 행사 장면
넷마블게임즈가 이달 일본 도쿄에서 연 ‘리니지2 레볼루션’의 사전 공개 행사 모습

중국은 잊어라…이젠 북미·일본·동남아

게임업계의 하반기 성패는 글로벌 시장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사는 세계시장에서 역대 최고의 실적을 전망하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이미 글로벌시장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해외 비중이 커졌다. 넥슨의 2분기 매출 중 해외매출이 66%를 차지할 정도다. 중국 44%, 일본 9%, 북미 4% 등이다. 넷마블은 해외 매출이 52%로, 북미 24%, 동남아시아 13%, 일본 5% 등을 기록했다. 엔씨소프트는 해외 지역 매출이 22%지만, 신작 게임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넥슨은 지난 7일 북미와 유럽 비디오게임 시장을 겨냥한 액션게임 '로브레이커즈'를 출시했다. 로브레이커즈는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게임쇼 'E3 2017'에서 플레이스테이션 용으로 공개돼 화제가 됐다.

넷마블이 23일 일본에 출시한 '리니지2 레볼루션'은 다음날 애플 앱스토어 최고매출(게임 내 결제) 1위에 오르는 등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엔씨소프트도 현재 개발 중인 모바일 RPG게임 '아이온 레기온즈 오브 워'를 8월 멕시코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며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게임업체들의 텃밭이었던 중국은 혐한(嫌韓) 분위기가 가시지 않아 당분간 고전(苦戰)이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사드 여파로 지난 3월 이후 한국산 신작 게임의 중국 내 서비스권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게임사들은 이에 북미·일본·동남아 등 시장 다각화로 대응하고 있다. 넥슨은 6월 태국에 법인을 열고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선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하반기 리니지M 대만 출시를 발표한 데 이어, 일본 출시를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