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정보기술) 업계의 양대(兩大) 기업인 구글과 아마존 간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그동안 검색과 전자상거래 영역에서 서로 비켜가며 성장해왔지만, 구글이 미국 최대 유통 업체인 월마트와 손잡고 아마존의 본거지인 전자상거래 영역을 공략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구글과 월마트는 23일(현지 시각) 파트너십을 맺고 다음 달 말부터 구글의 전자상거래 서비스인 '구글 익스프레스'에서 월마트의 상품 수십만 종을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음성인식 스피커에 탑재된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를 이용해 사용자가 음성으로 월마트의 상품을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월마트 매장은 미국 전역에 4700여 개나 있기 때문에 고객 대부분에게 24시간 내 배송이 가능하다. 구글은 월마트의 고객 정보를 활용, 구글 익스프레스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제휴는 구글과 월마트 모두 아마존의 성장을 견제하려고 이뤄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아마존의 주력 사업인 전자상거래와 AI 스피커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로 당일 혹은 다음 날 배송 서비스를 제공해 급속도로 영향력을 키웠다. 또 AI 스피커인 '에코'를 이용, 음성으로 손쉽게 상품을 주문할 수 있도록 해 미국 내 전자상거래와 AI 스피커 시장에서 압도적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 제휴로 '빠른 배송'이라는 아마존만의 경쟁력은 월마트의 거센 도전을 받게 됐다. 또 월마트는 미국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점유율 53.3%, 세계 스마트폰 OS 점유율 85%에 이르는 구글을 등에 업고 급속도로 온라인 회원을 늘려나갈 가능성이 크다.

실리콘밸리에선 이를 구글과 아마존의 싸움으로 보고 있다. 구글이 아마존의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데 이어 전자상거래 영역까지 진입하면서 두 회사 간 전통적 경계는 무너지고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