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계열사 4곳을 분할·합병해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것과 관련해 롯데쇼핑(023530)과 롯데제과, 롯데푸드는 필요한 의결권 정족수를 모두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분할·합병을 반대하는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옛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은 롯데칠성음료소액주주를 설득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롯데칠성 또한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롯데 계열사 지분율이 50%를 넘어 분할·합병안이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

분할 및 합병안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안건으로 전체 주주 중 절반 이상이 주총에 출석하고,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안건에 동의해야 한다. 단 한 곳이라도 분할 및 합병이 부결될 경우 지주회사 전환은 무산된다.

롯데그룹은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사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각각 분할해 투자회사를 합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사실상의 그룹 지주회사였던 호텔롯데 상장이 난항을 겪자 고육지책으로 중간 지주회사 차원으로 롯데지주 설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 2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월드타워로 첫 출근하고 있다.

롯데그룹 4개 계열사는 오는 29일 일제히 주주총회를 열고 분할 및 합병을 논의할 계획이다. 분할 합병안이 통과되면 10월 초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출범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주회사 지분 약 30%를 갖게 돼 최소한 한국 내 롯데 계열사들만큼은 확고히 장악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 SDJ 측 “롯데칠성은 해볼 만”…현실성은 높지 않아

현재 롯데그룹 4개 계열사를 분할·합병하는 방안은 큰 무리 없이 통과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 계열사들을 포함해 4개 계열사 지분을 모두 50% 안팎으로 보유 중이다. 특히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롯데푸드는 필요한 의결정족수를 모두 확보했을 것이라고 SDJ 측도 보고 있다.

롯데칠성은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한 지분이 5월 말 기준 33.32%로, 롯데쇼핑(29.49%), 롯데제과(22.91%)에 비해 많다. 개인투자자들이 지지한다면 분할·합병을 저지할 수 있다는 게 SDJ 측의 입장이다. SDJ 측과 함께 지주회사 전환을 저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롯데소액주주연대모임의 이성호 대표는 “반대 뜻을 밝힌 4개사의 소액주주 중 절반가량이 롯데칠성 주주”라고 했다.

SDJ 측이 기대하는 곳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롯데칠성 지분을 10.54% 보유 중이다. 국민연금이 반대 의사를 피력하고, 약 20% 안팎의 개인이 도와준다면 전체 참석 주주의 3분의 1 이상을 확보하게 돼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의결권 행사 여부 등은 주총 전에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SDJ 측의 시나리오는 절대다수의 개인투자자가 반대해야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현실성이 높지 않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은 생업, 무관심 등으로 인해 주총 안건에 대해 기권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20%가량이 반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롯데소액주주연대모임은 롯데그룹 분할 합병과 관련해 반대 의견을 적은 버스를 운영 중이다.

◆ 사드 위험 전이 놓고 입장 팽팽…ISS는 롯데그룹 손들어줘

SDJ 측은 지주회사 전환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SDJ의 한 고위 관계자는 “롯데쇼핑의 중국사업은 하반기 이후 구조조정을 할 가능성이 높은데, 지금 합병하면 다른 3개 회사 주주들도 지주회사 주식을 갖게 돼 사드 보복에 따른 위험이 전이된다”면서 “많은 개인투자자가 반대 의사를 표현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무조건 분할합병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으니 시점을 미뤄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중장기적으로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주주 이익 극대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또 국제 의결권 자문기구 ISS가 지주사 전환에 찬성 입장을 밝힌 상태다. ISS는 사드 위험이 전이될 것이란 지적에 대해 “롯데쇼핑 중국리스크는 (지주회사가 아닌) 사업회사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투자회사 간 합병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배구조 단순화 및 계열사 간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개선으로 인한 투자자산들의 가치 재평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