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부회장에 대한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삼성그룹 내부에선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 2월 17일 구속된 후 6개월 넘게 이어져 온 리더십 공백이 계속 이어질지, 해소될 수 있을지가 하루 뒤에 결정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는 25일 오후 2시30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판결을 내린다. 앞서 이달 7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동 서울회생법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거 공판 방청권 추첨이 열렸다. 30석을 뽑는데 454명이 응모해 경쟁률이 15대 1에 달했다.

삼성 측은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검 주장이 모두 ‘~했을 것이다’와 같은 추정에 근거한 것이어서 재판부가 잘 판단해 주길 기대하고 있지만 이번 재판이 여론 재판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삼성 입장에서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삼성 측은 청와대가 삼성 관련 문건을 TV 생중계로 발표한 것이나 진보 성향의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을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한 것들이 재판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달 14일 언론사에 “박수현 대변인이 오후 3시에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중대한 발표 내용이기 때문에 방송사들은 생중계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알렸다. 박 대변인은 당시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만든 문건 중 일부를 공개하면서 가장 먼저 삼성 승계와 관련된 문건을 꺼내 들었다. 청와대는 삼성 관련 메모에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했다.

얼핏 봤을 때는 박 전 대통령이 민정수석실을 통해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도와준 것처럼 보이지만, 이 메모를 누가, 어떤 경위로 작성했는지 알기 어려워 증거 능력이 떨어진다는 견해가 많다. 또 청와대 발표대로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해도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적은 것인지, 작성자가 자기 생각을 적은 것인지 알 수 없고 대통령에게 보고가 됐다 해도 실제 지시가 있었는지는 메모만 갖고는 알기 어렵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이 메모를 생중계로 발표한 것은 재판부에 압력을 가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또 이 부회장 재판은 1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큰데 진보 성향인 김명수 법원장이 대법원장 후보자가 된 것도 삼성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김 후보자는 2015년 6월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가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당시 금속노조 삼성지회 부지회장을 해고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삼성은 이 부회장 공백이 길어지면 상당한 유무형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외부에서는 삼성이 시스템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전문경영인이 할 수 있는 일과 오너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따로 있다”며 “지금은 조직 분위기도 많이 망가져 모두 선고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