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조원대의 가전업체 동부대우전자가 시장에 매물로 나왔으나 국내에서는 인수하려는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의 한국증권금융·KTB프라이빗에쿼티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은 '경영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재매각한다'는 인수 당시 계약에 따라 지난달 초부터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매각에 나섰다. 재무적투자자들은 국내 매각이 여의치 않자 해외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동부대우전자 노조가 고용 불안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내 가전 업체 관계자는 "전 세계 가전 업계가 침체된 상황이라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노조 반대까지 겹치며 매각 작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매각 나선 지 두 달째…인수 희망자 한 곳도 없어

동부대우전자는 외환위기 때 경영난에 빠진 대우전자의 가전·영상사업 부문을 2002년 대우모터공업이 인수하면서 탄생했다. 당시 회사명은 '대우일렉트로닉스'였다. 동부그룹이 2013년 한국증권금융, KTB프라이빗에쿼티 등 재무적투자자(FI)들과 함께 이 회사를 인수한뒤 사명을 동부대우전자로 바꿨다. 동부그룹은 당시 인수 대금(2750억원)의 절반가량인 1350억원을 이들 재무적투자자에게서 유치했다. FI들은 동부대우전자 지분의 45.8%를 보유하는 한편, 2018년까지 기업공개(IPO)를 하고, 2016년까지 순자산 1800억원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동부그룹이 이 조건을 못 맞출 경우 FI들이 재매각할 권한을 확보한 것이다. 하지만 동부대우전자는 지난해 매출 1조5422억원에 22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순자산은 작년 말 기준 1600억원으로 떨어졌다. 기업공개도 힘들어졌다.

FI들은 인수 당시의 계약에 따라 동부대우전자를 매물로 내놨지만 매각 작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매각 주관사인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국내외 업체들에 투자 안내서를 보냈지만 국내 업체 중에서는 한 곳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앞으로 스웨덴·중국 등 해외 가전 업체들을 상대로 보다 적극적으로 인수 의사를 타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부그룹은 내심 동부대우전자의 매각을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그룹은 중국 가전업체 오크마 등에 기존 FI들의 지분 인수를 제안한 상태다. 이들이 FI 지분을 사면, 동부그룹의 동부대우전자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크마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일자리 불안해진다"…노조는 매각 반대

매각이 지지부진한 사이 동부대우전자의 국내 공장이 있는 광주광역시에서는 지역 일자리 감소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냉장고·세탁기 등을 생산하는 광주공장에는 동부대우전자 직원과 하도급 업체 직원 1500명이 일하고 있다. 협력업체 직원까지 합치면 동부대우전자와 관련한 일자리는 7000여 개에 달한다. 광주에서는 동부대우전자가 해외에 매각되면 광주공장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3년 동부그룹이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할 당시, 인수전에 참여했던 세계 3위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가 "광주공장에는 관심이 없고, 본사와 멕시코 공장 등 해외 사업장만을 인수하겠다"고 했던 선례가 있다.

동부대우전자 노조는 지난 21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공장 폐쇄를 부르는 매각에 절대 반대한다"며 "동부그룹이 FI가 내놓은 지분을 모두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조속히 상황을 해결하지 않으면 일자리와 생존을 지키기 위해 어떤 극단적인 방법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오는 28일 동부대우전자의 해외 매각 문제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매각 작업이 길어질수록 회사 상황만 악화돼 누구도 이득을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동부그룹과 FI 측이 조속한 해결책을 찾아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