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복지·일자리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내년에 적자 국채(國債)를 20조원 이상 발행키로 하는 등 본격적인 재정적자 시대를 예고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2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내년 적자 국채 발행 규모는 20조원대 중반 수준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적자(赤字) 국채는 정부가 예산 부족분을 메꾸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빚)이다. 올해 6월까지 세금이 전년 동기 대비 12조원 넘게 걷혔는데도 불구하고 적자 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정부가 세금 수입액을 초과해 과(過)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기초연금 인상과 아동수당 지급 등 주요 국정과제를 실천하는데 5년간 178조원이 필요하다고 밝혀왔다.

김 부총리의 발언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나랏빚(국가채무) 규모가 선진국들에 비해 여전히 적다는 자신감이 담겨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국가채무(공공기관 빚 포함)는 2015년 기준 676조2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3.2%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2.2%)의 3분의 1 수준이다. 김 부총리는 "국정과제 재원조달 과정에서 국가채무가 급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올해 말 국가채무는 700조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나라별 소득 수준과 고령화 상황 등의 차이를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비율이 낮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2일 주요 국가들의 1인당 GDP가 2만7000달러에 도달했을 시점의 국가채무 비율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35.9%(2014년)였고, 독일은 45.5%(1994년), 영국은 52.3%(1998년), 일본은 61.6%(1991년)였다. 현재 시점에서 비교할 때보다 격차가 크게 좁혀진 것이다.

또 우리나라가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2018년의 국가채무 비율은 40.9%로 전망되는데 이는 프랑스가 고령사회에 진입한 1979년 국가채무 비율(32.6%)보다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독일도 1972년 고령사회에 진입할 때 국가채무 비율이 36.8%로, 우리나라보다 낮았다.

예산정책처는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매우 빨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00~2016년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연평균 11.6%씩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OECD 32개국 중 4번째로 높은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국가채무가 빨리 증가한 나라는 라트비아(15.7%)와 룩셈부르크(14.0%), 에스토니아(12.2%)뿐이었다. 예산정책처는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재정 위기를 겪은 남유럽의 포르투갈(8.9%), 스페인(7.0%), 그리스(4.9%) 보다도 빠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국채를 많이 발행하면 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재정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조세 수입 대비 국가채무 이자 지출 비율은 2015년 기준 8.8%였다. 이는 우리나라보다 국가부채 비율이 높은 독일(6.8%), 프랑스(7.0%)보다 높고 영국(8.9%)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가채무 비율은 높지 않지만 이자로 나가는 돈이 많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