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에 최근 ‘스마트 공장(smart factory)’ 구축 바람이 불고 있다. 수출 물량이 늘어난 제약사들이 고형제(고체 상태의 알약) 등 완제의약품을 대량 생산하기 하기 위해 400억~2000억원대의 스마트 공장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스마트 공장은 제품 기획·설계, 생산, 유통·판매 등 제조업 전 과정에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공장으로, 제품 불량률 감소 등 생산시스템을 최적화해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알약 제조 공정은 상대적으로 무인화·자동화가 쉽고, 무인화·자동화하면 공정 과정의 오염을 줄여 불량률이 크게 떨어진다.

한미약품 팔탄공단 전경. 왼쪽 건물이 글로벌 스마트 공장. 아래 사진은 스마트 공장 내 제품 포장을 위한 자동화 시스템 모습

2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128940)은 최근 경기 화성시 팔탄공단 내 제약 생산공정에 자동화 운영시스템을 적용한 ‘글로벌 스마트 공장’의 건설을 마치고 생산 가동 중에 있다. 완제의약품 생산기지인 팔탄 스마트 공장은 정제·캡슐제 등을 연간 120억정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고형제 생산 공장이다. 한미약품은 스마트 공장 건설을 위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5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한미약품은 글로벌 스마트 공장에 혼합과 알약 제조 공정의 핵심인 과립(顆粒·고운 가루약도 아니고 알약도 아닌 형태), 타정(打錠·의약품을 압축해 일정한 모양으로 만드는 작업) 공정을 한 번에 처리하는 연속공정 장비와 오염을 방지하는 ‘스플릿(split) 밸브’를 도입했다. 또 지상 8층 규모의 생산공정 라인을 수직 구조로 배치해 생산작업을 효율화했고, 제품화 직전 단계의 ‘반제품’을 무인자동차가 공정 라인에 재입고하는 ‘AGF(Auto Guided Forklift) 시스템’도 적용했다.

한미약품은 “해외 수출을 고려해 글로벌 스마트 공장에 미국 등 선진 제약시장의 의약품 생산 규정인 ‘우수 의약품 관리기준(cGMP)’을 충족하는 시스템을 갖췄다”면서 “연간 생산 규모도 20억정에서 120억정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대웅제약(069620)도 최근 준공한 충북 청주시 오송공장에 고형제와 항암주사제 ‘루피어’ 생산을 위한 별도의 생산동과 우수의약품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자동화 시스템을 갖췄다. 소품종 대량 생산에 특화돼 있는 오송공장은 총 IoT, LIMS, MES 등 9가지의 정보기술(IT) 시스템을 적용해 원료와 자재 입고부터 완제품 출고까지 ‘무인’으로 운영되는 스마트 공장이다. LIMS는 실험실 정보관리 시스템으로 실험 일정이나 결과 등을 관리하고, MES는 생산관리 시스템으로 생산 착수에서 완제품 검사까지 관련된 사항을 관리한다. 대웅제약은 오송공장 건설에 21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대웅제약은 “스마트 공장은 사람 손이 닿지 않도록 해 혹시나 모를 인위적 과오까지 방지할 수 있고, 고품질·고효율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오송공장은 cGMP에 부합하는 운영시스템으로 효율적인 생산은 물론 높은 품질의 의약품을 생산해 회사의 글로벌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10억정 규모의 고형제를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 공장 전경

제일약품(271980)도 이달부터 10억정 규모의 고형제를 생산할 수 있는 최첨단 스마트 공장을 본격 가동했다. 기존 경기 용인시 공장 부지에 신축한 스마트 공장은 2015년 7월 착공 후 약 400억원이 투자됐다. 스마트 공장에서는 생산, 물류, 유틸리티 등의 모든 공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독일 최첨단 장비를 설치해 교차오염을 최소화했을 뿐만 아니라 자동화와 대용량화된 생산설비를 구축해 작업의 효율화 및 작업자의 안전도 확보했다.

김정진 제일약품 공장장(상무)은 “스마트 공장은 국내 시장 중심에서 해외 시장 중심의 제약사로 거듭나고 있는 제일약품의 연 매출 1조원 달성을 위한 교두보로써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올해 초 세종 1공장에 ‘고형제 스마트 공장’을 준공했다. 기존에는 한 공간에서 수작업을 통해 전체 공정이 이뤄졌다면, 스마트 공장을 도입하면서 개별 공정이 이뤄지는 공간을 분리해 분진과 소음을 없앴다는 게 특징이다. 하반기 중으로 세종 2공장에 ‘흡입기 스마트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강덕영 유나이티드제약 대표는 스마트 공장 설립을 계기로 보다 신속한 공정과 높은 생산성, 우수한 품질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면서 개량신약의 비중을 높이고 우수한 의약품을 더욱 효과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대표는 “시설과 설비 모두 외부 도움 없이 준공된 1공장 내 스마트 공장의 경우 버튼만 누르면 생산에서 포장까지 모든 작업이 일괄적으로 작동되는 ‘완전 자동화 공장’으로 생산인력은 기존보다 3분의 1로 줄었지만, 생산성은 3~4배 가까이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마트 공장은 자체 기술로 직접 생산 기계를 개발해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턴키 방식(공장 건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책임지고 마친 뒤 발주자에게 넘겨 주는 방식)’으로 해외 플랜트 수출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회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나이티드제약의 스마트 공장과 기존 공장의 공정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