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중국이 신흥국 원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원전 시장 주도권을 놓고 우리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나라가 한국 새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선언 이후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러시아는 지난 6일 이집트의 첫 번째 원전 건설 계획에 대해 이집트 정부와 최종 합의했다. 러시아와 이집트는 2022년까지 이집트에 1200㎿급 원전 4기를 짓는 내용의 협약을 2015년 맺고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협상을 벌여왔다. 이번에 1·2호기 계획을 확정 지은 것으로,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이 건설을 맡는다. 이집트 원전 4기의 총 사업비는 300억달러(약 34조원) 규모이다. 러시아가 요르단이 추진하는 첫 번째 원전 도입 프로젝트와 관련, 자금 지원 방안 등 협상에서 진전을 보였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지난 17일 보도했다. 요르단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총 100억달러 규모로 1000㎿급 원전 2기를 지을 계획이다.

중국은 캄보디아와의 원자력 협정 체결이 임박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중국과 원자력 기술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한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지난 16일 밝혔다. 우선은 의료 등 분야에서 협력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장차 원전 건설 분야로 협력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세계 원전 업계는 보고 있다.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현재 원전을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나라는 35개국이며 현재 기술과 자금력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적극적으로 수주전에 뛰어들 수 있는 곳은 한국·중국·러시아로 좁혀진다. 하지만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한국의 수출 전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한국 내에서도 외면받는 원전을 수입하겠다고 나설 국가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펴면서 원전 수출은 장려하겠다고 하는데 이 같은 모순적 입장이 신뢰성과 수주 기회 등 측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