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시장은 '해치백의 무덤'이라고 불린다. 해치는 '위로 잡아당겨 끌어올리는 문'을 뜻한다. 뒷좌석과 트렁크가 구분없이 연결된 형태의 자동차를 해치백이라고 한다. 세단보다 트렁크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고 뒷좌석을 접으면 더욱 넓은 적재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해외에서는 실용성이 높은 해치백 모델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국내에선 '짐차' 같다는 이미지 때문에 소비자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다. 현대자동차 i30, 한국GM 아베오 등이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 성공한 해치백 모델은 수입차인 폴크스바겐 골프뿐이다. 이런 해치백 시장에 르노삼성자동차는 '클리오', 기아자동차는 신형 ‘프라이드’로 도전장을 내민다.

르노삼성 클리오.

◆ 르노삼성 “클리오, ‘해치백 무덤’ 고정관념 깨겠다”

현대차는 작년 9월 5년만에 완전 변경(풀체인지)한 i30을 출시했다. 작년 10월 648대, 11월 463대가 판매되며 인기를 끄는 듯 했으나 12월에는 94대로 판매량이 급감했다. 2017년형 i30의 4월 출시를 앞두고 2016년형에 대한 대대적인 판촉 활동을 벌이면서 2월 410대, 3월 620대가 판매됐지만 4월부터는 월 판매량이 다시 400여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대차는 2017년형 i30를 출시하면서 해치백의 '짐차' 이미지를 벗기 위해 스타 마케팅을 벌였다. 가수 아이유와 배우 유인나가 등장하는 광고 영상을 현대차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하는 등 젊은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올 들어 7월까지 i30 판매량은 2742대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해치백은 안된다는 업계의 정설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현대자동차 i30.

이런 해치백 시장에 르노삼성이 다음달 신차를 내놓는다.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서 공개한 '클리오'다. 클리오는 1990년 출시된 소형 해치백으로 지난해까지 전 세계에서 1300만대 넘게 판매된 인기 모델이다. 국내 출시를 앞둔 모델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를 거친 4세대다.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은 지난 6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시장은 ‘해치백의 무덤’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마케팅 활동 등에 총력을 펼치면 못할게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박 사장은 폴크스바겐코리아 사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해치백 모델인 '골프'를 들여와 대박을 터뜨렸다.

파워트레인은 1.5리터 dCi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로 구성된다. 최고출력은 90마력, 최대토크는 22.4kg·m이며 연비는 리터당 17km다. 박 사장은 "다양한 색상의 클리오 모델을 들여와 고객들이 자신들에게 맞는 색상을 고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고객들이 자신들에게 맞는 색상의 차를 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자동차 회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클리오 엠블럼과 관련해서는 르노삼성 '태풍의 눈'이 장착될 지 르노의 '마름모'가 장착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클리오는 추석 전후로 출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작년 9월 파리모터쇼에서 선보인 기아차 신형 프라이드(현지명 리오).

◆기아차, 하반기중 신형 프라이드 출시

기아차도 하반기 중 국내 시장에 소형 해치백 4세대 프라이드를 출시한다. 프라이드는 1987년 처음 출시된 모델로 30년 이상 명맥을 이어온 국민차다. 이번에 출시되는 프라이드는 2011년 이후 6년만에 선보이는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이다. 신형 프라이드는 지난해 9월 파리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 후 올해 상반기 유럽에서 '리오'라는 이름으로 먼저 출시됐다.

신형 프라이드에는 한국, 유럽, 미국 디자인센터의 협업으로 완성된 차량으로 지난 2월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iF 디자인상에서 본상을 받았다. 차체 크기는 전장(차의 길이) 4384mm, 전폭(차의 폭) 1725mm, 전고(차의 높이) 1450mm로 이전 모델보다 각각 15mm, 5mm 길어지고 높이는 5mm 낮아져 안정감을 강조했다. 휠베이스는 2580mm로 약 10mm 늘었다.

파워트레인도 바뀌었다. 1.6리터 감마 GDI 엔진과 6단 수동 및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고출력 130마력, 최대토크 16.4kg.m의 성능을 낸다.

차체는 일반 강판보다 10% 이상 가볍지만 2배 이상 강한 초고장력 강판(AHSS) 비율을 기존 33%에서 51%로 확대했다. 소형차로서는 드물게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자동긴급제동 시스템(AEB),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S) 등 다양한 안전 사양을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