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하반기 채용을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시중은행들이 눈치싸움에 나서게 된 것은 문재인 정부 기조에 맞춰 채용 규모를 확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점포·인력 줄이기에 나선 은행들 입장에서 채용 인원을 늘리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이죠.

문재인 대통령.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보통 7월 말~8월 초 쯤 채용 공고를 내고 하반기 채용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8월 중순이 다 되도록 시중은행 중 채용 규모와 방법 등을 확정하고 하반기 채용을 진행 중인 곳은 우리은행 뿐입니다.

우리은행은 정부의 일자리 확대 기조에 맞춰 올해 하반기에 총 600명을 채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지난해(300명)보다 두배 많은 수준으로 하반기 공채로만 400명의 정규 행원을 뽑을 계획입니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은 수 개월 째 하반기 채용 규모와 일정 등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경우 희망퇴직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했고 정부 지분이 많아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을 것”이라며 “나머지 은행들은 인력·점포 슬림(slim)화와 일자리 창출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각 은행이 선뜻 채용 공고를 내지 못하는 것은 소위 ‘마루타’가 되고 싶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조에 맞게 너무 적지는 않지만 또 너무 많지도 않은 수의 직원을 채용하고 싶은데, 은행권 채용 규모 등에 대한 정부의 반응을 살펴 볼 만한 샘플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채용 규모를 다른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져가면서 최대한 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각 은행의 목표인 셈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만큼 새 직원을 뽑을 수 있다면 눈치 볼 필요도 없지만, 그만큼 채용인원을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은행들이 이러는 것”이라며 “각 은행마다 서로 다른 사정이 있겠지만, 은행의 채용 공고가 늦어지는 데는 ‘1번 타자’가 나와줬으면 하는 기대감이 반영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도 있듯이 각 은행은 채용 규모가 다른 은행에 비해 지나치게 적을 경우 정부 눈 밖에 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대놓고 얘기하지는 못하지만, 대부분 은행들이 다른 은행의 채용 규모 등을 확인하고 이를 참고해 채용 규모와 일정 등을 확정할 생각일 것”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