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쏘시오그룹의 전문의약품 계열사인 동아에스티(170900)주가가 17일 급락했다. 전날 오후 이 회사와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전·현직 임원인 강정석, 김원배, 허중구, 조성호에 대해 검찰이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공소를 제기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시한 데 따른 영향이다.

거론된 인물 중 강정석(53)씨는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이자 강신호(90) 명예회장의 넷째 아들이다. 강회장은 이달 14일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에 구속 기소됐다. 그룹 오너의 구속으로 동아쏘시오그룹은 창사 85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국민 피로 회복제’ 박카스의 누적 판매량 200억병 돌파 대기록도 그룹을 덮친 악재에 조용히 묻혔다.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이 8월 7일 오전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들어가고 있다.

동아에스티에 대한 검찰 수사는 3년째 진행돼 왔다. 지난해 봄 18만원의 벽까지 뚫었던 이 회사 주가는 현재 60%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주가 역시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반토막났다.

◆ 700억원대 횡령·리베이트 혐의…오너는 구속 수감

17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동아에스티는 전거래일보다 5500원(6.75%) 하락한 7만6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기관 투자가들이 순매도 물량을 쏟아내면서 동아에스티 주가는 장중 한때 52주 신저가인 7만1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앞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이달 14일 ‘경영진의 횡령 혐의와 그에 따른 기소설’을 사유로 동아에스티와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에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두 회사의 주식 매매 거래는 공시규정 제40조에 따라 16일부터 정지됐다.

현재 양사가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금액은 총 791억원이다. 이중 738억원은 업무상 횡령과 조세포탈, 54억원은 약사법 위반 및 리베이트다. 검찰은 경영진이 횡령한 회사 자금으로 개인 소득세를 납부하고, 자사 의약품 채택 대가로 전국 21개 병원에 금품(리베이트)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횡령·배임 혐의금을 회사별로 나누면 동아에스티 237억원, 동아쏘시오홀딩스 554억원이 된다. 각각 자기자본의 4.02%, 6.32%에 해당하는 수치다. 공시규정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법인의 경영진 횡령·배임금이 자기자본 대비 5% 이상일 경우 거래소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절차에 돌입한다.

동아에스티 주가 변동 추이

심사는 영업일을 기준으로 최장 15일간 이뤄진다. 심사 기간 동안 투자자들은 해당 종목을 사고 팔 수 없다. 이 규정 때문에 양사 중 동아에스티만 17일부터 거래를 재개한 것이다. 횡령·배임 혐의 금액이 자기자본의 5%를 초과한 동아쏘시오홀딩스는 거래소 심사 결과에 운명을 맡겨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래소는 심사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할 경우 기업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상장 폐지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상장 폐지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횡령 혐의 금액이 크긴 하지만 회사 분할 전인 2007년부터 혐의가 발생했다”며 “왜곡의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1932년 설립된 동아제약은 지난 2013년 3월 투자 사업을 담당하는 지주사(동아쏘시오홀딩스)와 전문의약품 사업을 담당하는 사업자회사(동아에스티)로 기업을 분할하고, 지주사 아래에 비상장법인(동아제약)을 존속시키는 방식으로 그룹 형태를 전환했다.

◆ 3년 지속된 검찰 수사…주가 바닥

검찰의 동아에스티 수사는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됐다. 퇴직 직원이 동아에스티 부산영업본부의 리베이트 행위를 제보한 것이 발단이었다. 수사를 맡은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이 사건에만 수사관 40여명을 투입했다. 임직원 120여명이 200회 이상의 강도 높은 소환 수사를 받았다.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차질이 생기면서 실적도 악화됐다. 동아에스티는 올해 상반기 2657억원의 매출액과 8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6년 상반기에 비해 매출액은 11.32%, 영업이익은 56.28% 감소한 것이다.

주가 역시 크게 하락했다. 검찰 수사 이슈 말고도 지난해 ‘한미약품 사태’가 터지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제약업종을 떠나갔기 때문이다. 동아에스티 주가는 지난해 4월 8일 장중 한때 18만1500원까지 올랐다. 그때와 비교하면 현재 주가는 58.13% 하락한 셈이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동아에스티 연구본부에서 한 연구원이 신약 물질을 분리하고 있다.

강 회장이 이끌고 있는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주가는 거래 정지 전 기준으로 12만6500원이다. 이 회사 주가는 2015년 7월 3일 장중 한때 24만7500원까지 상승한 적이 있다. 48.89% 폭락한 것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동아제약이 1963년 드링크제로 선보인 박카스가 최근 누적 판매량 200억병을 넘어섰다”며 “역사적인 대기록이지만 그룹 상황이 안 좋다보니 누구도 기쁜 티를 못내고 있다”고 전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동아쏘시오그룹이 당분간 주가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약가 인하 악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된 동아에스티 측에 이달 1일부터 142개 품목의 약가를 평균 3.6% 인하하도록 명령했다. 동아에스티가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해 행정처분은 잠시 보류된 상태다. 8월 25일 최종 판결이 난다.

서근희 KB증권 연구원은 “만일 약가 인하가 강행될 경우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동아에스티의 목표주가를 10만원에서 9만1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투자의견도 매수(BUY)에서 ‘보유(HOLD)’로 낮췄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약가 인하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연구개발(R&D) 투자에 따라 이익 변동성이 크다”며 목표주가를 9만7000원에서 9만원으로 하향조정했다. 투자의견 역시 매수에서 ‘단기매수(Trading BUY)’로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