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부산 기장구 장안읍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재편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가 준조세 성격인 ‘전력산업기반기금’ 지출을 늘릴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이란 정부가 모든 전기요금에 3.7%를 붙여 정부가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거둬가는 기금이다. 전력원가 절감과 전력수급 안정 등을 위해 쓰인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탈(脫)원전 정책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전력산업기반기금 지출액을 늘리는 방안과 기금 여윳돈을 통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최대한 억제할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기금 여유자금 규모 올해 최대

정부 관계자는 17일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여윳돈을 에너지정책 패러다임 변화에 발 맞춰 사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이하 전력기금)은 전력산업 기반조성사업에 따른 편익과 수혜를 전기사용자에게 돌려주기 위해 지난 2001년 신설됐다. 전력기금의 구체적인 목적은 ▲전력원가 절감 ▲전력수급 안정 ▲전기안전 확보 ▲보편적 전력공급 구현 등이다. 전력기금의 부담금 부과율은 지난 2005년부터 3.7%로 유지되고 있다.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이들은 전기요금의 3.7%를 매달 일괄적으로 내야 한다.

산업부 제공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전력기금 법정부담금은 2조1600억원 규모로 이중 1조6002억원을 지출사업에 사용할 계획이다. 올해 기금에는 7600억원 가량의 여유자금이 있다. 이 기금의 규모는 지난 2014년까지는 1조원대에 머물다가 2015년 2조1440억원으로 2조원대로 커졌다. 이어 지난해 2조354억원에서 올해(추정액)는 2조1600억원으로 역대 최대규모로 커졌다. 그러나 지출사업비는 2015년 1조9106억원, 2016년 1조7683억원에 이어 올해 1조6002억원으로 줄었다. 전력사용량 증가로 인한 기금 수입은 늘었지만, 기금을 통해 전력수요자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적어졌다는 의미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취임식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말했다. 사진은 취임사를 하고 있는 백 장관.

◆ 탈원전 공약 뒷받침에 기금 활용 전망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높이고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낮추는 에너지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예상되는 비용을 여유가 있는 전력기금에서 끌어 쓴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기금의 지출사업비 내역을 살펴보면 ‘신재생에너지보급사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해당 지출액은 감소 추세다. 신재생에너지보급사업 지출은 지난해 5133억원에서 올해 4496억원으로 줄었다. 정부는 앞으로 신재생에너지보급사업 지출액을 늘리는 동시에 기금을 통해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19일 신고리 원전 1호기 퇴역식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재편해 산업계의 전력 과소비를 방지하겠다”고 했다. 이후 탈원전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면서 백운규 산업부 장관을 비롯한 산업부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 임기내)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 경부하 요금제 등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심야 전력사용이 많은 산업계의 전기요금이 오를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전력기금을 전기요금 재편으로 인한 피해를 억제시키는데 사용할 방침”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보급사업에 대한 전력기금 지출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만 하다”고 했다. 전력기금 지출비 등에 대한 조정은 올해 말 ‘제8차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13년)’을 통해 구체적인 전원구성비가 확정된 후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