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0월 글로벌 열연 수출 가격이 t당 600달러에 이를 것이다."

세계적인 철강 전문 분석기관 WSD가 최근 내놓은 전망이다. 전 세계적인 호황과 중국발 수요 급등이 일으킨 '2008년 철강 대폭발'(열연 t당 1113달러·그래픽 참조) 이후 단기간에 가장 큰 폭으로 치솟을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지난 4~5월만 해도 열연 가격이 t당 390달러대였으나 최근 30% 이상 올라 54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의 경제가 살아나고 있어, 그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던 전 세계 철강업계도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철강價, 2차 대폭발 오나

철강 가격은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중국에 달려 있다. 중국의 철강제품 수출 급감이 글로벌 철강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7월까지의 중국 철강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29% 줄었다. 심상형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최근 중국이 철강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경제발전에 따라 자체적인 철강 소비 역시 급증하고 있다"며 "여기에다 미국이 끊임없이 중국의 저가(低價) 철강 수출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중국이 수출량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세계 철강 가격이 최근 주요국의 경제 회복과 중국 수출 급감 등과 맞물려 큰 폭으로 치솟고 있다. 지난 4~5월만 해도 전 세계 열연 가격은 t당 390달러대였으나 최근 30% 이상 올라 54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고, 곧 6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포스코가 생산한 열연 제품.

철강제품 원료 가격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우선 올해 초부터 약세를 보였던 원료 가격은 지난 6월 이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 중국의 철광석 현물 가격은 t당 7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4월 6일 이후 4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지난 6월만 해도 t당 57달러에 그쳤던 철광석 가격이 2개월 만에 무려 30%나 뛰었다.

국내 철강 가격도 줄줄이 올라…철강사 주가도 급등

국내 철강회사들도 철강제품 가격을 속속 올리고 있다. 보통 여름철은 전통적인 비수기이지만, 원료 가격 급등과 중국 구조조정 영향으로 가격을 올리며 수익성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유통용 열연강판 8월 출하 가격을 t당 5만원 올렸다. 냉연강판 가격 인상폭도 열연강판과 같은 t당 5만원으로 확정했다. 포스코 역시 유통용 열연, 냉연강판의 8월 출하 가격을 올렸다. 열연강판은 t당 2만원, 냉연강판은 t당 5만원 올렸다. 동국제강도 최근 냉연도금강판, 컬러강판 등에 대한 가격을 올렸다. 냉연도금강판의 경우는 지난달에도 인상한 바 있고 컬러강판은 반기별로 한 번씩 올리는데 이번에는 t당 약 10만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료 가격 추이, 중국 구조조정 추진 상황 등을 볼 때 철강제품 가격 인상 기조가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특히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하반기에 열연공장 수리 일정이 잡혀 있어 가격은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영향 덕분에 철강회사들 주가도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8일 주당 34만800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다. 현대제철도 16일 5만7000원으로 지난해 11월보다 20% 이상 올랐다. 동국제강 역시 1만2700원으로 지난해 9월보다 60% 이상 올랐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강업종이 본격적인 상승기 진입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車 파업과 보호무역주의 광풍,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어"

그러나 "철강업종을 무조건 낙관적으로 볼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국내에서는 자동차회사 노조의 전면 파업과 해외에서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의 광풍이 불어닥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철강회사들의 자동차 강판 공급 가격은 t당 80만원 수준으로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지난해 현대차는 노조 파업으로 14만 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차 한 대당 약 1t의 철강재가 들어간다고 하면 철강업계는 1100억원의 손실을 본 셈이다.

또 미국발 보호무역주의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 철강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침해하는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철강제품 수입을 전면 금지하거나 수입량을 제한하는 초강력 무역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송재빈 철강협회 부회장은 "국내 철강제품의 미국 수출량은 지난해 기준 374만t 규모로, 전체 철강 수출량의 12%를 차지하는 주요 시장"이라며 "조사 보고서가 발표되면 정부 부처 등과 함께 공동 대응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