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를 통해 판다’는 수입차시장의 전통적인 자동차 판매 구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디젤게이트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퍼스트 펭귄(무리 중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드는 펭귄)’ 역할을 한다.

환경부의 차량 판매 정지 처분으로 판매망이 무너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카카오그룹과 함께 온라인으로 자동차를 판매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무너진 오프라인 판매망을 새로 구축하기보다는 온라인으로 소비자를 찾아 영업점에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온라인으로 자동차 판매가 이뤄질 경우 장점은 일일이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일반적으로 유통 비용이 줄기 때문에 가격이 싸져 소비자에게 이득이다. 또 수입차는 딜러사마다 할인이 제각각이어서 발품을 많이 팔아도 ‘나만 비싸게 산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는데, 온라인으로 사게 되면 ‘나만 비싸게 사는 일’은 사전에 차단된다. 이밖에 차량 정보 조회와 견적 문의를 보다 쉽게 할 수 있고 결제 과정에서도 다양한 금융 프로그램을 비교해 선택할 수 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온라인 판매가 이뤄지지 못했던 이유는 전통적인 딜러 판매체계가 공고했기 때문이다. 수입사도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온라인 판매를 주저했다.

사실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이미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온라인으로 차를 살 수 있다. 국내에서는 온라인 판매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현대차도 영국과 캐나다에 이어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자동차를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홈페이지에서 최종 결제까지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퍼스트펭귄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디젤게이트 덕분이다. 현재 차를 팔 수 없는 폴크스바겐 딜러사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지원으로 겨우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신세다. 딜러사 한 관계자는 “수입사 지원으로 연명하는 상황에서 수입사가 온라인 판매를 독단적으로 결정해도 반발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어떤 차를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느냐다. 일각에서는 평택항 야적장에 묵혀둔 차량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결정된 것은 없다'고만 답하고 있다. 현재 2년 가까이 평택항 수입차 야적장에 보관 중인 아우디와 폴크스바겐 차량은 1만3000여대에 이른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평택항 야적장에 보관 중인 차량을 팔더라도 소비자에게 이득이 된다면 문제는 없다. 다만 이 차가 평택항에 2년 가까이 재고로 쌓여 있었고, 이 때문에 엔진이나 차량 외부에 부식 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확실하게 설명해야 한다. 소비자는 이런 정보와 할인율을 보고 구매를 결정하면 된다.

그러나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라는 퍼스트 펭귄은 이런 기본을 잘 지킬지 모르겠다. 지난 5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고가 브랜드 중 하나인 벤틀리 판매 재개가 시작되자 평택항에 있던 벤틀리 재고를 할인 없이 정상가로 판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