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격히 고조되는 북한 핵(核) 리스크가 과거와 달리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장기간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북한이 정면 충돌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북핵 변수가 무시하기 힘든 돌발 악재로 부상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여파로 경기가 급격히 둔화할 경우 소비·투자·고용·세수 전반에 '하강 위험'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북핵 리스크, 이번엔 다르다"

북핵 리스크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번엔 다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 경제의 투톱인 김동연 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긴급 회동을 갖고 북핵 리스크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 부총리는 14일 "과거와 달리 금융·외환시장 영향이 글로벌 불안으로 일부 확산되고 있으며 작은 충격에도 시장 변동성이 증폭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 총재도 지난 10일 "북핵 리스크로 주가가 큰 폭 하락하고 환율은 상당폭 상승했다"며 "일회성으로 끝날 게 아니다"고 했다.

과거 우리 경제에 일시적·제한적 영향을 주는 데 그쳤던 북핵 리스크가 이번엔 장기간 광범위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탄두 소형화 성공으로 그동안 잠재적 리스크에 머물던 북핵이 현실적 위험으로 한 단계 차원을 높였다는 점이다. 미국과 북한이 무력(武力) 충돌을 피하더라도 경제 심리가 과거보다 크게 악화되면서 국내 소비와 투자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둘째, 북한이 괌 포위 사격 위협으로 미국과 정면 대결 국면을 만들면서 국내 금융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거릴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점도 새로운 변수이다. 앞으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커지면서 원화 약세, 자본 유출 등이 잇따라 터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정부 전망(3%)을 크게 밑도는 1%대로 급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KB증권은 14일 '지정학적 리스크 재평가' 보고서에서 "가계와 기업의 경제심리를 나타내는 지수(ESI)가 유럽 재정 위기와 미국 재정 절벽 우려가 겹쳤던 2009년 3분기처럼 10% 악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올해 성장률이 1.11%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올해 성장률은 1.7~1.8% 수준이 된다.

부동산 경착륙 가능성… 소비·투자·고용·세수에 악재

국내 실물경제 분야에선 부동산 경기가 추락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8·2 부동산 대책이 워낙 시장에 강한 충격을 준 나머지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면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서울 지역에서 하루 평균 276.9건의 아파트가 매매됐지만, 8·2대책이 나온 이달 2일부터 13일 사이에는 하루 평균 거래 건수가 26.8건으로 줄었다. 아파트 거래량이 10분의 1로 급감한 것이다. 정부가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역을 동시에 꺼내는 초강수를 둬서 가격 상승을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거래 자체를 얼어붙게 하여 경기 하락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에서 건설투자 부문 비중은 15%에 달한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 부처 한 간부는 "부동산 거래량이 줄면 이삿짐, 인테리어, 부동산 중개와 관련된 서민들의 일감이 감소하게 되고 일용직 근로자들의 일자리도 위협받아 가계소득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면 현 정부가 중시하는 세수(稅收) 확보에도 큰 구멍이 생길 수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주로 부동산 거래 시 걷히는 양도소득세가 2013년 6조6571억원, 2014년 8조474억원에서 2015년에는 11조8561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작년에는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거래 절벽은 양도소득세는 물론이고 경기 하강에 따라 다른 세목(稅目)의 세수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된다. 조장옥 서강대 교수는 "부동산 거래가 어느 정도 이뤄질 수 있게 조절해야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며 "8·2 대책은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데 급급해 경제 주체들이 연쇄적으로 받을 수 있는 충격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