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나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것은 물론 불법 성매매 광고까지 휴대전화로 오는 스팸 메시지는 골치거리다. 이를 걸러내는 앱(애플리케이션)도 있고 스마트폰 자체 필터 설정 기능과 차단 기능도 있다. 그러나 설치한 기억도 없는 메신저 앱 채팅방에 강제로 초대받고, 이를 차단하기도 어렵다면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직장인 이영로(31) 씨는 최근 이런 난처하고 짜증나는 경험을 했다. 자극적인 단어와 문구로 불법 성매매를 광고하는 메시지를 받은 것이다. 이 씨는 문자를 지우고 발신번호를 차단하려고 했지만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한번도 써본 적이 없는 메신저 앱에서 메시지가 날아든 것이다.

구글의 AI 탑재 메신저 알로에 대한 국내 사용자들의 리뷰.

이 씨는 “써본 적이 없는 메신저 채팅방에 초대돼 황당해서 해당 메신저 앱을 설치하고 리뷰도 살펴봤다”며 “그런데 리뷰에는 채팅방을 나가는 사람들의 휴대전화 번호가 채팅방에 고스란히 드러나 내 개인정보도 유출됐을까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해당 메신저 앱은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제공하는 구글의 ‘알로’라는 메신저다. 14일 구글플레이스토어에 올라온 알로에 대한 리뷰는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는 사용자들의 불만 글이 대부분이다.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쥐락펴락하는 구글이 인공지능(AI) 기능까지 탑재해 만든 ‘알로’가 무작위 스팸은 물론 개인정보 노출 문제로 국내 사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알로에서 생기는 문제의 이유는 알로가 구글 안드로이드에서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앱 메시지 미리보기’라는 기능이 무조건 연동돼 알림과 함께 메시지가 뜨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기능을 악용해 불법 스팸 메시지를 보내는 집단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이들은 ‘+82-010’으로 시작하는 모든 번호를 무작위로 수집해 스마트폰에 입력한 후 해당 사용자들을 알로 메신저 창에 초대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메신저 알로를 설치하지 않은 사용자라도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이들이 무작위로 수집한 번호에 해당되면 채팅창에 초대가 되고 스마트폰에 메시지가 자동으로 노출된다.

구글 알로 채팅방에 노출된 개인 휴대전화 번호.

채팅창에서 빠져 나오려면 알로 앱을 설치해야 한다. 쓰지도 않던 앱 때문에 불편한 것은 물론 채팅방에 함께 초대된 사람들에게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셈이다.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설정을 직접 바꿔야 한다. 하지만 노출된 개인 휴대전화 번호에 대해서는 조치할 방법이 없다.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한국 스마트폰 보급률은 77.7%로 약 3880만명이 사용 중이다. 국내 안드로이드 기기 사용자 비율은 약 78%(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2016년 조사)로 다른 OS에 비해 월등히 높다. 대부분의 사용자가 불법 스팸 메시지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불법 성매매 광고 등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노출돼 미성년자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메시지를 차단하려면 안드로이드 기기 설정에 있는 ‘구글(google)’ 메뉴에서 ‘앱 미리보기 메시지’에 들어가 기능을 비활성화해야 한다. 해당 메뉴는 오로지 구글 메신저인 ‘알로’만을 위한 메뉴다. 앱 미리보기 메시지에는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설정돼 있어 사용자가 직접 기능을 해지해야 한다.

이렇게 하더라도 무단으로 초대된 채팅방에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계속해서 노출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아직 없다. 해당 문제는 지난달부터 발생해 아직까지 제대로 해결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속적으로 불만을 담은 앱 리뷰가 올라오고 있다.

구글의 앱 미리보기 메시지 기능과 관련된 앱은 구글 앱 뿐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최근 IT 업계에서 주요 권한이 필요한 서비스를 약관에 제대로 보이지 않게 하고 동의를 얻는 일이 많다”며 “구글의 알로 스팸 메시지 역시 사용자에게 동의를 얻어야 할 주요 권한을 사전에 보이지 않게 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구글 관계자는 “구글은 악용 사례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사전 예방적인 스팸 통제 기능을 다수 갖추고 있다”며 “해당 문제를 확인했고, 관련해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하고 불만 사항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