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이어 기업공개(IPO)를 하며 2세대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로 꼽혔던 미국의 모바일 메신저 업체 스냅과 푸드테크 업체 블루에이프런의 성장세가 급속도로 꺾이고 있다.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거대 IT(정보기술) 업체들의 카피캣(copycat·유사품) 전략에 휩쓸려 시장에서 영향력이 줄고, 주가 역시 폭락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피해 기업은 스냅이다. 2010년 창업한 스냅은 메시지나 사진을 보내면 일정 시간 이후 자동으로 사라지는 휘발성 메신저인 '스냅챗'으로 미국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페이스북, 구글 등이 스냅의 서비스를 노골적으로 베끼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3월 스냅챗처럼 특정 친구에게만 사진·게시물을 보여주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라지는 서비스인 '스토리'를 선보였다. 지난 4월 개발자대회에서는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기반 사진 꾸미기 서비스인 '카메라 효과 플랫폼'을 공개했고, 안경에 카메라를 장착해 주변을 보면 자동으로 가상 이미지를 덧씌우는 AR 안경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스냅은 이미 스냅챗에서 AR 기반의 사진 꾸미기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카메라를 장착한 선글라스인 '스펙타클(Spectacle)'을 판매하고 있다.

구글은 최근 CNN, 워싱턴포스트, 타임, 복스미디어 등과 손잡고 '스탬프'라는 콘텐츠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구글 모바일 앱 첫 화면에서 뉴스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스냅챗이 앱 초기 화면에서 제공하는 뉴스 서비스인 '디스커버리'와 매우 유사하다.

지난 6월 말 상장한 블루에이프런 역시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공습에 힘을 못 쓰고 있다. 블루에이프런은 반(半)조리 상태의 음식과 레시피를 판매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이 미국 유기농 식품 판매업체인 홀푸드를 137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아마존이 홀푸드 인수 이후 아마존 프레시를 통해 고객에게 신선한 식재료와 레시피를 배달하는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주가는 폭락하고 있다. 스냅은 지난 3월 IPO 당시만 하더라도 시가총액이 240억달러에 달했지만, 5개월이 지난 현재 주가는 44%나 폭락해 159억달러 수준이다. 블루에이프런의 주가 역시 9일 기준으로 주당 6.24달러로 공모가(10달러)보다 37% 이상 하락했다. 미국의 IT 전문 매체 리코드는 "베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이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기업 가치가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