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코리아(이하 BAT 코리아)가 궐련형 전자담배(특수 제작한 연초를 기계에서 쪄 수증기를 마시는 담배) ‘글로’를 국내에 출시한다. 경쟁사 필립모리스가 지난 6월 국내에 출시한 ‘아이코스’가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KT&G도 하반기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어 ‘궐련형 전자담배 대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서울 중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글로’ 출시 행사에서 BAT 직원이 글로와 히트스틱을 소개하고 있다.

BAT코리아는 10일 서울 중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오는 13일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glo™)’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글로는 충전기(포켓 차저)와 담배를 끼워 피우는 기기(홀더) 일체형으로 한 번의 충전으로 ‘던힐 네오스틱’ 한 팩 이상을 연속 흡연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아이코스는 충전기와 홀더가 분리돼 있어 한 번 흡연 후 3~4분의 재충전이 필요하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냄새가 기존 담배보다 적고 재가 없다. 또 액상형 전자담배와 달리 흡연자에게 실제 담배를 피우는 듯한 느낌을 줘 기존 담배를 대체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담배 업체들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분이 기존 담배보다 적다고 강조한다.

크리스토퍼 프록터 BAT그룹 사이언스 부문 총괄은 “가열방식의 특성 상 타르가 나오지 않으며, WTO와 FDA 연구결과에 따르면 연구용 표준담배 3R4F(타르 9mg)보다 흡인 유해물질이 96~97%가량 적다”고 밝혔다.

◆ 글로, 경쟁작 ‘아이코스’ 대비 편리성 강조...맛 균일성 결여는 단점

글로 전용 담배인 ‘던힐 네오스틱(Dunhill Neostiks™)’은 일반 담배 맛의 ‘브라이트 토바코(Bright Tobacco)’, 멘솔(박하) 향의 ‘프레쉬 믹스(Fresh Mix)’, 시트러스 향을 가미한 ‘제스트 믹스(Zest Mix)’ 3가지 종류로 출시된다.

왼쪽부터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충전기와 본체, BAT의 ‘글로’. 앞의 담배는 각각 아이코스 ‘히츠’와 글로 ‘네오스틱’.

현장에 마련한 시연장에서 글로를 사용해봤다. 글로 기기의 길이는 아이코스 홀더와 비슷했지만 충전기 일체형이라 폭은 3배 정도 넓다. 폭이 넓어 손에 들고 담배를 피우기 불편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사용해 보니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여서 불편함은 없었다. 네오스틱은 아이코스 기기에 들어가는 ‘히츠’ 와 달리 슬림형 담배로 길이 또한 히츠보다 길다.

사용법도 아이코스보다 간단했다. 기기에 네오스틱을 꽂고 버튼을 누르면 버튼 주위의 불빛이 약 10초간 차오른 후 흡연할 수 있다. 흡연을 마친 후에도 복잡한 조작 없이 네오스틱을 빼내면 된다. 흡연을 마친 후 연초의 모습도 차이를 보인다. 아이코스는 내부의 ‘히트 블레이드’를 통해 안에서부터 연초를 가열하는 방식인 반면 글로는 연초를 둘러싼 기기가 연초 외부부터 가열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흡연 후 네오스틱 꽁초를 보면 궐련 외부 종이가 그을려 있다.

해미쉬 노리 BAT코리아 마케팅 총괄은 “글로는 한 번 충전하면 하루종일 사용할 수 있고, 버튼 하나로 조작할 수 있으며 휴대성도 뛰어나다”며 “개발 과정에서 쉽고 즐거운 소비자 경험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는 외부 가열 방식을 택해 연소를 마친 후 꽁초 외부가 그을려 있다.

맛에서도 아이코스와 차별점을 지닌다. 아이코스가 ‘누룽지’ 향을 낸다면 글로는 ‘보리차’에 가깝다. 연무량도 아이코스보다 많다. 다만 첫맛과 끝맛의 차이가 있었다. 가동 후 첫 모금을 빨 때면 구수한 담배맛이 훅 올라오지만, 차차 맛이 약해지며 끝맛엔 쇠비린내가 났다.

◆ 일본 이어 아시아 두번째 출시… 내년 전국으로 판매망 확대

세계 전자담배 시장은 2028년 480억달러(53조66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베르타 팔라제티 BAT 북아시아 지역 총괄은 “글로를 포함한 차세대 제품군의 개발 및 상업화에 지난 6년간 15억달러(1조7000억원)를 투자했다”고 했다.

글로는 지난해 12월 일본 센다이에서 첫 출시된 후 지난 7월 도쿄, 미야기, 오사카 등으로 판매지역을 확대했다. 한국은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글로를 출시하는 시장이다. BAT코리아는 지난 6월 글로 전용 담배 ‘네오스틱’ 생산을 담당할 사천 제2·3공장을 증축했다. 이 공장에선 일본에서 판매하는 ‘켄트 네오스틱’도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국내에서 네오스틱을 생산하기 때문에 공급 차질 우려는 없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배윤석 BAT코리아 부사장, 로베르타 팔라제티(Roberta Palazzetti) BAT 북아시아 지역 총괄, 크리스토퍼 프록터 (Christopher Proctor) BAT그룹 사이언스 부문 총괄, 해미쉬 노리 (Hamish Norrie) BAT코리아 마케팅 총괄 전무.

BAT코리아는 오는 13일 서울 가로수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본격적인 판매에 나선다. 8월 말엔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을 개장하며 강남역 지점도 올해안에 낼 계획이다. 기기는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만 판매하지만 네오스틱은 서울 내 GS25 편의점에서도 판매한다.

글로의 권장 소비자가는 9만원으로 아이코스의 12만원보다 저렴하다. 글로 공식 웹사이트에서 성인 인증 후 할인 쿠폰을 발급받으면 할인가 7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네오스틱 한 팩(20개비) 가격은 4300원으로 아이코스 ‘히츠’와 같다.

배윤석 BAT코리아 부사장은 “일본 센다이에서 테스트 기간을 거친 후 일본 주요 도시로 판매지역을 확대하며 동시에 한국 출시를 결정했다. 한국이 BAT그룹의 중요한 시장이라는 증거”라며 “내년 안에 국내 전역으로 판매지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