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강동구 고덕아이파크 아파트 인근 상가 밀집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하나둘 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부동산에서 나온 중년 남성은 "단속반이 떴다고 한다. 오전에도 오더니…"라고 투덜대며 문을 건 뒤 어디론가 사라졌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반팔 셔츠 차림의 남성 여섯 명이 일대를 훑고 지나갔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특별히 잘못한 건 없지만 단속반이 들어오면 이것저것 자료를 요구해 귀찮다"며 "가뜩이나 대책 발표 이후로 매수·매도 문의가 뚝 끊겼는데, 옴짝달싹 못 하게 한다"고 했다. 대책 이후로 일주일씩 휴가를 떠난 중개업소도 많았다.

서울 부동산 시장이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잔뜩 움츠러들었다. 강도 높은 '8·2 부동산 대책'에 이어 이날은 부동산 거래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되면서 매도자·매수자가 모두 거래를 꺼리는 '거래 절벽'은 더욱 심화되는 분위기다.

서울 마포구에 전세로 살면서 지난해 강남권 한 아파트에 당첨된 회사원 박모(41)씨는 "분양권을 파는 것도 쉽지 않다"며 "당초 분양받은 집은 직장에서 멀어 세를 놓으려 했는데, 이번에 1주택자도 실거주 요건을 못 채우면 양도세를 물린다고 해 중개업소에 내놨더니 '두어 달 기다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B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그간 거래에서 양도세를 매수인이 부담하는 식으로 세금을 피해 왔는데, 이번에 국세청이 그런 거래를 잡아냈다고 발표하면서 거래가 끊겼다"며 "한두 달 소강상태를 거치면서 가격이 세금 반영분만큼 더 오를 것"이라고 했다.

건설사들은 올 하반기 예정된 분양 계획을 내년으로 연기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후 7일까지 건설사들이 하반기에 분양하려던 계획을 내년으로 연기한 곳은 7개 단지, 총 6750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과 세종이 각각 2190가구와 465가구이고, 조정대상지역인 부산 연제구에서도 1개 단지 1663가구의 분양 일정이 밀렸다.

이런 사례는 향후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오는 10월 서울에서 아파트 분양을 계획했던 한 대형 건설사의 임원은 "일단은 분위기를 지켜보고 결정하겠다. 분위기가 많이 나쁘면 내년으로 미루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상당수 건설사가 분양 연기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라며 "다음 달 초까지 분위기를 보면서 분양 일정 연기 대열에 본격적으로 동참할 것인지, 원래 일정을 고수할 것인지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