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1테라비트(Tb) 반도체 시대를 열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1테라비트 3차원 낸드플래시는 현재 상용화된 256기가비트(Gb) 낸드플래시와 크기가 비슷하지만 4배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 업체인 삼성전자는 이번 1테라비트 낸드플래시 개발을 통해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기술력을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과시했다. 삼성전자는 1993년 낸드플래시 첫 제품인 16메가비트(Mb) 반도체를 내놓은 지 24년 만에 저장용량을 무려 6만5536배나 늘린 것이다.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장(부사장)은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급증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용량 낸드플래시 공개

삼성전자는 8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클라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17'에서 세계 최대 용량인 1테라비트 3차원 낸드플래시를 공개했다.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유지되는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 노트북의 저장장치로 널리 쓰이고 있다. 1테라비트 낸드플래시는 성인 남자의 엄지 손톱보다 작은 칩에 고화질 영화 60~70편을 한꺼번에 저장할 수 있다. 비결은 저장 공간을 아파트처럼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3차원 적층(積層)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V(Vertical·수직)낸드라는 자체 제조 기술을 이용해 반도체 저장 공간을 64층으로 쌓아 1테라비트 3차원 낸드플래시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각각의 데이터 저장 공간인 '셀(cell)' 안에 기존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집어넣을 수 있는 신기술도 적용했다.

3차원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평택공장.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부터 이곳에서 1테라비트(Tb) 낸드플래시를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개발한 512기가비트 3차원 낸드플래시를 올 하반기 상용화한 뒤, 내년부터는 1테라비트 3차원 낸드플래시를 양산할 계획"이라며 "서버나 컴퓨터, 스마트폰 등에 적용하면 차지하는 공간은 더 줄어들면서 성능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압도적인 기술력 재확인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1테라비트 3차원 낸드플래시 개발이 SK하이닉스, 일본 도시바, 미국 웨스턴디지털 등 경쟁사들에 비해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월등히 앞서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이 내세우는 초(超)격차 전략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3차원 낸드플래시를 2013년 세계 최초로 양산했고, 2015년부터는 매년 데이터 저장 용량을 두 배씩 늘린 신제품을 공개하고 있다. 반면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은 올 초 512기가비트 3차원 낸드플래시를 공동 개발했지만 아직까지 시험 생산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회사가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아직까지 1년 이상 기술 격차가 있다"면서 "특히 삼성전자는 같은 웨이퍼에서 경쟁사보다 더 많은 반도체 제품을 안정적으로 뽑아낼 수 있기 때문에 수익성 면에서도 비교가 안 된다"고 말했다. D램 시장 2위 기업인 SK하이닉스는 최근 낸드플래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512기가비트 낸드플래시를 개발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이 빠르게 2차원에서 3차원 낸드플래시로 전환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 분야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회사는 시장을 개척한 삼성전자뿐"이라며 "연구개발과 공장 증설에 투자하는 비용도 삼성전자가 압도적이어서 격차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비트(bit)와 바이트(Byte)

저장 용량을 뜻하는 단위로 1바이트(Byte)=8비트(bit)다. 칩을 8개, 16개씩 묶어 완제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 일반적으로 개별 칩은 비트, PC 등에 들어가는 완제품 용량은 바이트로 표현한다. 테라비트는 반도체 칩 안에 정보를 저장하는 최소 단위가 1조(兆)개 들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