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연구개발(R&D) 예산권과 심의·조정, 연구성과 평가 등을 맡는 차관급의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박기영(59) 전 대통령비서실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선임됐다. 박 신임 본부장은 2005년 말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및 연구 윤리 논란의 정점에 있었던 인물로, 이번 청와대 인사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기영 신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사진, 조선DB)은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식물학 석사 및 식물생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 경쟁력'의 저자인 박 본부장은 2002년부터 현재까지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역임했다.

청와대는 박 신임 본부장에 대해 “식물분자생물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과학자로 탄탄한 이론적 기반과 다양한 실무 경험을 겸비해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핵심 과학기술 연구개발 지원 및 과학기술 분야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나갈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과학기술계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청와대의 이같은 평가와는 상반된다. 우선 박 본부장은 참여정부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시절 황우석 박사가 조작한 논문의 연구에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동시에 공동연구자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황 박사는 인간 난자로부터 환자맞춤형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추출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2004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했지만 결국 이 논문은 조작된 것으로 판명됐다.

특히 박 본부장은 황 교수가 연구 윤리에 위배되는 난자 매매 등을 시인했을 당시에도 “비윤리적 난자 확보와 무관하다”고 주장해 파문을 키웠다. 또 당시 황우석 박사에게 연구비 2억 5000만원을 지원받았지만 황우석 사건을 조사한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당시) 박 보좌관이 연구에 기여한 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무혐의 처분됐다.

결국 그는 2006년 초 사의를 표명하며 대통령비서실 정보과학기술보좌관에서 물러났지만,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과 관련해 과학기술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학기술계는 이날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선임과 관련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한 과학자는 “이번 인사는 과학기술계에 대한 모욕이며 최악의 선택”이라며 “현 정부가 과학에 관심이 없거나 과학기술 인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