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보기 드물게 저렴한 서민 아파트인데 여기까지 투기과열지구에 투기지역까지 중복 규제를 하다니요. 거래는 완전히 끊겼고, 집값 조금 올랐다고 좋아하던 주민들이 '이제 어쩌면 되느냐'는 문의만 하네요."(서울 노원구 L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정부가 2일 서울 전체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 고강도 부동산 규제를 하자 일부에서 "단지 서울이라는 이유로 과도한 규제를 받게 됐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북에서도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하고, 집값 상승률이 낮았던 지역 주민들은 "우리도 투기 세력이라는 거냐"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정부 규제가 집중된 강남 재건축 아파트 밀집 지역도 뒤숭숭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재건축 단지 주변 중개업소마다 "재건축 사업이 제대로 되는 거냐" "집을 팔 수 있기는 한 거냐"는 문의가 쏟아졌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종일 전화통을 붙잡고 있었는데 집을 사고 싶다는 문의는 한 건도 없었다"며 "말 그대로 '거래 절벽'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북권 "찔끔 오른 우리가 과열?"

강북·도봉·성북·중랑구 등 서울 동북권에서는 3일 "8·2 부동산 대책의 최대 피해자는 강남이 아닌 우리" "강남 집값 30%도 안 되는데 투기과열지구라니 너무하다"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실제 이 지역들은 최근 2~3년 주택시장 호황기에도 가격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 올해 7월 기준으로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 4구가 1년 새 5%의 상승 폭을 기록할 때 강북구(2.9%), 도봉구(3.6%), 중랑구(2.9%) 등의 집값은 2~3%대 상승하는 데 그쳤다.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강모(58)씨는 "서울 전역이 큰 폭으로 오를 때 찔끔하고 오른 수준"이라며 "우리는 평생 강남 아파트의 반값도 안 되는 곳에 살란 말이냐"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한 회사원 조모(34)씨는 "3.3㎡당 4500만원이 넘는 강남 집값 잡겠다고 같은 면적에 1500만원 수준인 중랑구를 투기과열지구라고 지정한 것을 보니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올해 7월 기준 강남구·서초구 아파트 매매가는 3.3㎡당 각각 4555만원, 3973만원이지만 도봉구·중랑구는 각각 1506만원, 1546만원이다.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전용 85㎡ 이하 아파트 청약이 전부 가점제(무주택 기간·부양가족 수 등에 따라 가점을 부여해 청약 기회를 차등하는 제도) 방식으로 바뀐 데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미혼인 회사원 박모(30)씨는 "차곡차곡 모은 월급으로 서울에 작은 아파트를 하나 분양받는 것이 목표였는데 결혼을 하지 않아 자녀가 없는 사람들은 아파트 분양 당첨 확률이 '0'이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경기권·지방은 '풍선효과' 우려

규제의 포화를 피한 곳에서는 벌써부터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3일 대전시 유성구 반석동에서 1순위 청약을 한 포스코건설의 '반석 더샵'은 481가구 모집에 2만7764명이 몰렸다. 최고 경쟁률은 132대1까지 치솟았다. 박동욱 분양소장은 "차로 5~10분 거리에 있는 세종시가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3중' 규제를 받은 것과 달리 이번 부동산 규제를 피했기 때문에 인기였던 것 같다"며 "세종시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으로 선정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규제를 벗어난 부산에선 벌써 투자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이정수 부산 수영구 공인중개사지회장은 "'부산이 투기과열지구에서 빠진 게 의아하다' '서울 투기 세력이 부산으로 몰려오면 아파트 값이 더 오를 수도 있다'는 반응을 보이는 현장 공인중개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구 지역 분위기도 비슷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서울 전역에 고강도 규제를 쏟아냈는데, 이는 하반기 재건축 아파트들의 이주로 공급량이 부족하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며 "가뜩이나 공급이 부족한 서울 아파트 거래가 막히면 전·월세 물량이 줄고, 비용이 오르는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