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안내와 상냥한 미소, 그리고 단정하고 깔끔한 정장과 유니폼. 시중은행 혹은 시중은행 직원들을 떠올릴 때 드는 생각이다. 실물 영업점이 있는 기존 은행들과 달리 PC(개인용 컴퓨터)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통한 비대면 영업만 진행하는 케이뱅크와 한국카카오은행(이하 카카오뱅크)의 이미지는 ‘딱’ 하고 떠오르는 것이 없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다니는 직원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이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카카오뱅크 입구.

지난 1일 기자는 광화문 주변에 있는 케이뱅크 사옥과 판교 테크노밸리에 자리한 카카오뱅크 사옥을 찾았다. 두 은행이 시중은행에 비해 유연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라는 것을 듣기는 했지만, 실제는 예상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직원들끼리 사무 공간을 지나가면서 '하이파이브'를 하고 사내 카페에서 다트를 하는 등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은행이 아닌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 IT 입주사 많은 곳에 자리잡은 두 은행…사옥 내 카페·수면실 등 완비

국내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사 대부분의 본사는 을지로와 여의도 일대에 모여있다. 이에 비해 케이뱅크는 광화문에, 카카오뱅크는 판교 테크노밸리에 자리를 잡았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사옥 주변에는 금융사보다는 IT 기업이 더 눈에 많이 띈다. 케이뱅크는 ‘더케이 트윈타워’의 15~16층을 임차해 본사로 사용하는데, 이 건물에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다수의 IT 기업이 입주해있다. 카카오뱅크 역시 판교 테크노밸리 내 에이치스퀘어 5층에 자리를 잡았는데, 주변에는 엔씨소프트나 넥슨코리아 등 게임회사나 안랩, 포스코 ICT 등 IT 관련 기업들이 몰려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사무 공간이나 실내 공간을 직원 친화적으로 구성했다. 두 은행 모두 칸막이를 없애 직원간 소통이 원활하도록 사무공간을 설계했으며, 통로 쪽 파티션에는 생화를 비치해 자연 친화적이고 안정적인 느낌을 줬다.

케이뱅크의 경우 사무실 곳곳에 나뭇잎 모양의 캐노피가 비치돼 있었고 사무공간으로 들어가는 입구 통로 바닥도 숲길처럼 디자인돼 자연친화적인 느낌을 줬다. 카카오뱅크는 직원들이 원할 경우 서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높낮이가 조절되는 컴퓨터 책상을 설치했다.

케이뱅크의 ‘서울’ 회의실(왼쪽)과 카카오뱅크의 ‘바트’ 회의실(오른쪽).

사옥에는 회의실도 여러 곳 마련됐는데, 두 은행 모두 독특한 회의실 이름이 돋보였다. 케이뱅크는 회의실 이름을 전 세계 유명 도시로 짓고, 도시를 상징하는 건물의 이미지를 함께 회의실 입구에 붙여놓았다. 가령 서울 회의실에는 남산타워가, 도쿄 회의실에는 도쿄타워가 있는 식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각국의 화폐 단위를 회의실 이름으로 사용한다. ‘원’ 회의실에 출입구엔 ₩ 표시가, ‘엔’ 회의실 입구엔 ¥가 ‘달러’ 회의실 입구엔 $ 마크가 눈에 들어와 ‘여기가 IT기업이 아니라 은행이구나’란 느낌을 준다.

직원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들도 눈에 띄었다. 카카오뱅크는 업무에 지친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수면실을 만들어뒀다. 수면실에는 2층 침대 3개가 비치돼 있는데,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침구류를 매일 교체해 청결함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케이뱅크에는 수면실 외에 안마의자를 사용할 수 있는 안마기실과 옷과 각종 짐들을 보관할 수 있는 락커, 전화부스 등도 있다. 또, 사무실 가운데 간이 탕비실을 마련해 직원들이 과자나 음료 등을 마음 껏 가져다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케이뱅크 사내 카페에서 창 밖을 바라보면 광화문과 경복궁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두 은행은 사내 카페도 운영한다. 사내 카페는 직원들의 휴식 공간이자 회의 공간이며, 협력사와의 미팅 장소로도 사용되고 있었다. 케이뱅크의 사내 카페는 건물 15층에 있는데, 창 밖으로 광화문과 경복궁, 청와대 등이 한눈에 보여 멋진 경관을 자랑했다. 카운터 옆으로는 케이뱅크 자동화기기(ATM)와 다트머신이 있어 금융 업무를 보거나 다트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카카오뱅크 카페 역시 비슷하다. 카운터 앞쪽으로는 앉아서 쉬거나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고,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조그마한 게임기 역시 비치돼있다. 양쪽 기둥에는 TV가 설치돼있는데 한 쪽에는 뉴스가, 다른 한 쪽에는 스포츠 채널이 방영된다. 다만, 두 은행 모두 일반인이나 외부인이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카페 등 내부 공간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크다”고 말했고 카카오뱅크 관계자도 “원하면 언제든 수면실이나 카페 등을 이용할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 위계 질서·복장 규제 없는 조직 문화…케이뱅크는 ‘○○님’ 카카오뱅크는 ‘영어이름’ 호칭

사무 공간 구성이나 카페 등보다 돋보였던 것은 두 은행의 조직 문화다. 수 만명의 직원이 일하는 시중은행들은 연공서열에 따른 위계질서가 엄격해 조직 문화가 딱딱하다는 지적을 받곤 하는데, 총 직원 300명 남짓의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는 스타트업과 같은 유연한 조직 문화를 갖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는 이렇다 할 복장 규제가 없다.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알아서 입는 분위기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이날 두 은행에서 만난 직원들의 복장은 대부분 반팔에 반바지가 기본이었다.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어느 누구도 상대방의 복장에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했다. 많은 사람들이 캐주얼한 복장으로 입고 다니다 보니 비즈니스 캐주얼 정도로만 입은 사람이 지나가도 눈에 종종 띄었다.

케이뱅크 카페(왼쪽)과 카카오뱅크 카페(오른쪽)에서 직원들이 각각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유연한 조직문화를 위해 두 은행은 직급 체계도 없앴다. 기존 은행들은 ‘행원-대리-과장-차장-부장-임원’과 같은 직급 체계를 운영하고 있지만,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는 공식적으로 어떤 직함을 만들지 않았다.

서로 다른 호칭 문화 역시 직급 체계가 사라지면서 자연스레 나타났다. ‘이 대리’, ‘김 과장’ 등 직급에 따른 호칭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호칭 문화는 두 은행이 서로 다른데 케이뱅크는 서로의 이름 뒤에 ‘님’자를 붙여 부르고, 카카오뱅크는 영어 이름을 정하고 정한 영어 이름으로 소통한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외부적으로 얘기할 때는 매니저-시니어 매니저-임원 정도로 얘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내부적으로 따로 직급 체계를 나누고 있지는 않다”며 “서로의 이름으로 불러야 하다보니 상대방 이름을 잘 알아야 해 친밀감 역시 올라가는 것 같다”고 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도 “우리는 대표도 영어이름으로 부르지 얀(Yan) 대표님, 대니얼(Daniel) 대표님 이렇게 부르지 않는다”며 “각자 자기가 맡은 분야가 있고 자기가 할 일을 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굳이 직급을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업무 시간도 자유로운 편이고, 업무 시간에도 수면실이나 카페 등을 원하면 아무때고 이용할 수 있다. 그만큼 직원들의 자율성을 보장한 셈이다. 다만 해당 직원이 맡은 업무는 해당 직원이 해결하도록 하면서 책임감 역시 높였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최근에는 업무가 몰리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서비스 오픈 전만 하더라도 업무 시간에 오락을 해도 잠을 자도 커피를 마셔도 괜찮았다”며 “대신 그 직원은 본인이 맡은 업무에서 소위 ‘빵꾸’가 안나도록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