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P2P(개인간) 대출업체의 약관에 불공정 요소가 있다며 시정조치를 내렸다. 공정위가 핀테크 업권에 메스를 댄 사례는 처음이다. 그간 ‘4차산업혁명’을 주창하며 수많은 핀테크 업체들이 등장했지만, 이처럼 단일한 업권으로 인정받은 분야는 P2P가 처음이라는 의미도 된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당국에서 P2P 대출을 새로이 등장한 금융 산업으로 인정한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공정위는 발표자료에서 P2P 대출을 “신유형 금융”이지만 “관련 규제 수준이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줄곧 “P2P를 금리 절벽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업으로 봐야 한다”고 했던 회사들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P2P 금융업을 신 금융업으로 정체화한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오히려 업권에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발생하는 P2P업권의 사건·사고를 들여다보면 스스로를 금융사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기존 금융사였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을만한 허술한 절차와 부실한 대응이 빈번하다.

투자자 보호를 골자로 하는 금융위원회의 P2P가이드라인 시행일이 5월 말인데, 여전히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제3자 예치금 관리 시스템’을 도입 않은 업계 7위 A사가 있다. P2P금융협회를 최근 탈퇴한 펀딩플랫폼은 부동산건축자금 대출을 해주고 갑자기 상환일 직전에 건물이 지어지지 않았다면서 연체를 통보했다.

협회 비회원사로 가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부동산 P2P업체 B사는 대표가 법인이 아닌 자신의 명의로 부동산 담보 등기를 설정했다. C업체는 연체율과 손실율을 ‘홈페이지 리뉴얼’ 핑계로 공시하지 않다가 7월 중순에 들어서야 공시했다. 그런데 연체율이 75%에 달했다. 이 업체는 ‘상환율’이라는 개념이 모호한 단어를 쓰면서 투자자들에게 혼란만 가중시켰다.

금융은 제조업과 달리 판매하는 상품이 손에 잡히지 않아서 신뢰가 반드시 필요한 산업이다. 그런데 투자자에 대한 믿음을 저버린 행위들을 하면서 섣불리 ‘핀테크(금융+정보기술)’라는 가면을 쓰는 P2P업체들이 많다.

그간 P2P업권은 관련 법이 없어서 대부업법을 적용 받았다. P2P회사들은 ‘대부업법은 핀테크 산업에 맞지 않는 옷’이라면서 법제화를 원해왔다. 이에 화답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P2P 대출에 대한 법안을 발의해 법제화에 시동을 걸었다. 보수적인 금융감독원에도 P2P대출감독대응반이 생겼다.

그동안 업권에서 간절히 바랐던 ‘새로운 금융 산업’이라는 정체성을 서서히 정부도 받아들이고 있다. 누적대출액은 1조원을 돌파하며 산업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하지만 법제화 이전까지는 아직도 투자자들이 실질적으로 기댈 곳은 업체의 양심밖에 없다. P2P회사들이 자신들을 믿고 돈을 맡기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부디 스스로를 진정한 ‘금융회사’로 생각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