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세계 천재급 과학자·엔지니어와의 집단지성 연구개발(R&D) 협업으로 돌파해야 합니다."

김용성(55) 지노바아시아 대표는 27일 서울 청담동 사무실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인공지능, 생명공학, 자율주행차, 드론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인재를 확보할 수는 없다"며 "세계 최고 인재와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는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노바는 전 세계 무려 1만명 이상의 과학자가 참여하는 공유형 연구개발(R&D) 업체다. 본사는 미국 시애틀에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대표를 역임한 김 대표는 지난달 지노바아시아 대표에 취임해 중국·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전역을 총괄한다. 본사 대표는 에드워드 정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전(前) 최고설계책임자(Chief Architect Officer)이며, 노키아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요르마 올릴라 전 회장이 유럽 지역 대표를 맡고 있다. 지노바는 작년에 설립되자마자 1000만달러(약 110억원) 매출을 올렸다. 올해 매출 목표는 1800만달러(200억원)다.

"기업들이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지노바의 과학자 네트워크에 공개하면 과학자들이 문제 해법을 제시하고 함께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방식입니다. 천재급 과학자나 엔지니어들은 조직에 얽매이기 싫어하지만, 자기 분야의 단발성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상당한 과학적 호기심을 갖고 몰두해 깜짝 놀랄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2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지노바아시아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김용성 대표는 “국내 벤처업체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자·엔지니어들과 협업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기술 혁신 경쟁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화학액체가 지나는 파이프에 녹이 스는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소개했다. 4년 전 아시아의 한 화학업체 R&D팀이 사내 소재 전문가들을 총동원해 '녹이 안 스는 소재' 연구에 총력을 펼쳤지만 지지부진했다는 것. 김 대표는 "유럽의 음향·음파 과학자가 '화학 액체에 음파를 쏘아 회전하면서 흐르게 하면 아예 파이프에 액체가 닿지 않는다'는 해법을 냈다"며 "공동 연구를 통해 새 기술을 개발해 실제 생산라인에 적용하는 단계에 왔다"고 말했다.

미국 펩시콜라도 이 회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 펩시의 오랜 고민은 '신제품의 맛 테스트에서는 소비자들이 좋은 반응이었는데 정작 출시하면 왜 안 팔리는가'였다. 김 대표는 "지노바의 과학자 집단은 조사에 참가하는 소비자들이 공짜 음료와 참가 선물을 받기 때문에 싫은 소리를 못 한다고 봤다"며 "심리학·생리학, 카메라 전문가들이 시음회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의 표정 변화나 동작 등을 보고 거짓말을 하는지를 판단하는 기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노바가 현재와 같은 공유형 R&D 모델을 만든 배경에는 세계적인 특허전문기업 '인텔렉추얼벤처스'가 있다. 인텔렉추얼벤처스는 고객사들의 특허 침해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거나, 세계 주요 대학에서 성장 가능성이 있는 특허를 매집해 필요한 기업에 넘기고 로열티를 받아왔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연구 중인 특허를 입도선매하면서 자연스럽게 과학자 네트워크가 생겼고 이 부문만 따로 떼내 지노바를 설립한 것이다.

김 대표는 "국내 벤처 기업들의 창업 직후 가장 큰 고민은 자사 신기술의 수준이 전 세계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려워, 글로벌 도전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과학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신기술의 옥석을 가리면 세계시장 도전이나 자금 확보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했다.

"세계적인 천재 엔지니어가 우리나라 벤처에 취업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프로젝트에는 기꺼이 참여합니다. 기술 혁신의 첫걸음은 이를 주도할 능력 있는 인재가 세계 어디에 있는지 찾는 일입니다." 그는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지노바 본사와 협력 방안을 협의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다음 달 출범하는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바뀌고 있는 기술 혁신 트렌드를 읽고 정보화 시대에 이은 두 번째 성공 스토리를 만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