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에서 자율성을 강조하는 편입니다. 자율을 누리는 만큼 책임감도 커지고,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이 강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홍성철 이즈미디어 대표

지난 18일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있는 이즈미디어 본사를 찾았다. 홍성철 이즈미디어 대표는 반팔 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인터뷰 자리에 들어섰다. 그는 “자리가 자리인 만큼 양복을 입을까도 생각했지만, 진솔한 분위기를 보여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평소에 주로 입는 차림으로 왔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일단 주인의식이 바탕이 돼야 열정을 다해 업무에 임하고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특별한 사훈이 없는 것도 자율성을 강조하는 회사다. 그게 보여줄 수 있는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 말했다.

◆ ‘워커홀릭’ 엔지니어 출신 대표 “주인의식 갖고 일하기 위해 창업”

지난 2002년 설립된 이즈미디어는 휴대폰 등에 탑재되는 초소형 카메라 모듈(CCM)에 대한 자동화 조립·검사 장비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업체다. 이즈미디어는 26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홍 대표는 뼛속부터 ‘공대생’이었다. 그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10년 정도 전기전자 업종 관련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며 경력과 인맥을 쌓았다. 그는 항상 ‘엔지니어가 조금 더 대접받고 주인의식을 느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고 했다.

이즈미디어가 보유한 특허증들

홍 대표는 “나는 지독한 ‘워커홀릭’이었다”고 고백했다. 일을 ‘굉장히’ 많이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니 회사에서도 나름 인정을 받았지만,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왜 성과가 더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생겼다”며 “신중히 고민한 결과 그 이유는 책임의식과 주인의식이 우러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판단이 선 그는 대학교 창업센터에서 관련 교육을 받으며 홀로서기를 준비했다. 업계에서 10년 간 쌓은 노하우와 인맥이 창업 초기 자리를 잡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소형 카메라 모듈 제작·검사 장비라는 아이템도 지인의 소개로 소일거리 겸 외주개발을 맡게 되면서 접하게 됐다.

홍 대표는 “당시 소형 카메라 모듈 시장은 태동기였다”며 “우연히 접하게 된 분야였지만, 워낙 다루는 업체가 없었기 때문에 존재 자체가 경쟁력이었고, 시장이 발전하면서 회사도 성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이즈미디어는 총 48건의 국내외 기술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구개발(R&D)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다.

◆ ‘애플’ 2차 협력사로 초기 성장 기반 다져…중국 진출로 위기 탈출

이즈미디어의 구체적인 실적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2009~2010년 애플의 아이폰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제조업체 비스타포인트에 검사 장비를 납품하게 되면서다.

홍 대표는 “당시 주변 지인의 업체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일부 물량을 맡게 되면서 그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2009년 50억원이던 매출액은 2010년 200억원대까지 급증했다. 그는 “당시 국내에서는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애플 납품사와 먼저 거래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삼성, LG 등 대기업의 주도로 국내에서도 스마트폰 시장이 활성화됐다. 이미 애플도 검사를 맡기는 업체라고 인정을 받은 터라 자연스럽게 국내 카메라 제조업체와도 거래를 틀 수 있었다.

그렇게 승승장구할 것만 같던 이즈미디어도 한 차례 큰 위기를 겪었다. 이즈미디어의 거래처이자 애플의 카메라 모듈 제조업체였던 비스타포인트가 사라진 것이다. 홍 대표는 “비스타포인트는 글로벌 전자기기 수탁제조서비스(EMS)업체인 플랙트로닉스(Flextronics)의 자회사였는데, 이 업체가 카메라 모듈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비스타포인트가 공중분해 됐다”고 회상했다.

이즈미디어의 장비 검사실

설상가상 비스타포인트가 이즈미디어의 장비를 중고시장에 내놓으면서 자사 중고제품과도 경쟁해야 하는 이중고도 겪었다. 이에 따라 2012년 320억원까지 늘었던 매출은 2013년 150억원으로 반토막났다.

다행히 홍 대표는 이미 위기를 대비하고 있었다. 그는 “위기를 맞기 전부터 중국 진출을 조금씩 준비했다”며 “2013년부터 본격적인 개척에 들어가 2014년부터는 중국 사업에서도 성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듀얼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고 있는 업체인 ‘오필림’과 ‘트룰리’에 장비를 납품하기 시작한 것이다.

홍 대표는 “중국 시장의 활성화, 국내 납품 물량 증가 등을 통해 위기를 만회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도 해당 업체들과의 협력 관계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이즈미디어의 전체 매출액(약 111억원) 대비 중국 주요 고객사의 매출 비중은 48%(약 53억원) 정도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 시장에 대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인한 중국 거래처와의 관계 악화 우려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해 중국 정부나 일부 애국심에 젖은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을 접했지만, 사실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영향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피해가 컸던 문화·유통업계와는 달리, 기업간 거래(B2B) 기반의 산업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 1분기 순손실은 환차손 때문…자율성 바탕된 ‘주인의식’ 강조

이후 회사는 성장을 거듭했다. 이즈미디어의 지난해 매출액은 431억원, 영업이익은 43억원, 당기순이익은 4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12.9% 늘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88.8%, 70.4%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에는 14억원의 순적자를 기록했다. 홍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 고점을 기록했던 환율이 하락하면서(원화 강세) 환차손의 영향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100% 성장했다”며 “또 상반기 가결산 결과 1분기 적자분도 어느 정도 만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홍 대표는 ‘엔지니어’를 위한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회사가 성장하면서 그의 생각도 바뀌었다. 홍 대표는 “식구가 점차 늘면서 엔지니어 뿐만 아니라 회사의 모든 구성원이 주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이들의 주인의식을 위한 방안으로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이즈미디어 옥상에는 넓은 잔디밭에 직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바베큐 장비가 마련돼 있다.

홍 대표는 자신부터 평소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회사에 출근했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사원들도 이젠 자연스럽게 자율복장을 즐긴다. 출근 시간도 보통 회사들보다 늦은 오전 10시로 정했다. 홍 대표는 “출퇴근이 엄격해지면 본인이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또는 해야하는 공부나 여가 활동을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늦추게 됐다”고 말했다. 상장을 결정하기 이전까지는 한해 순이익 30%를 직원들의 인센티브로 지급하기도 했다.

그렇게 사원들 모두를 위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홍 대표는 이제 주주들을 위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처음으로 얼굴 모르는 분들을 회사의 주인 일부로 맞게 됐다”며 “회사의 새로운 구성원이 된 주주들을 위한 이익 배분 방안에 대해서도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고 있고, 이 마음을 새기면서 경영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액면가: 500원

▲자본금: 28억원

▲주요주주: 홍성철 외 8인(49.13%)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 299만7900주(42.55%)

▲주관사가 보는 투자 위험

-당사는 카메라 모듈에 대한 검사 및 조립장비 제조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음. 당사의 주력제품인 카메라 모듈 검사 및 조립장비는 카메라모듈 시장의 성장성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어, 경기침체에 따른 IT기기 수요감소 및 전방산업인 카메라 모듈 산업의 경기가 하락세로 전환되거나 설비투자가 축소될 경우 당사를 비롯한 카메라 모듈 검사 장비 업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

-당사의 주요 매출처는 카메라 모듈 생산 업체들이며, 산업의 특성상 매출처가 장비단가 등의 조건 결정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우월한 교섭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임. 이러한 특성상 당사는 단가 인하 압력에 계속적으로 노출되어 있으며, 이에 기인한 수익성 악화 위험이 존재함.

-당사의 주요 사업인 카메라 모듈 검사장비 시장은 당사 및 하이비젼시스템, 팸텍 등 소수의 사업자가 사업을 영위하고 있음. 하이비젼시스템은 당사보다 외형 규모가 큰 반면, 중국 현지 업체들은 당사보다 장비가격이 저렴함. 시장의 경쟁심화는 장비 판매 단가 하락 및 당사를 비롯한 경쟁업체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