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거점 P10에 10.5세대 OLED 장비 투입
삼성 천하인 중소형 OLED 분야에도 5조원 투자
디스플레이 업계 "실험적 요소 많은 대규모 투자"

LG디스플레이(034220)가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중소형 플라스틱 OLED를 중심으로 15조원에 달하는 설비 투자를 집행한다. 창사 이래 LG디스플레이가 발표한 투자 계획 중 가장 큰 규모로, 회사의 모든 역량을 OLED에 쏟아붓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25일 LG디스플레이는 이사회를 통해 10.5세대 OLED 생산을 위한 선행 투자에 2조8000억원, 중소형 POLED 추가 생산능력 투자를 위해 5조원을 투자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LG디스플레이가 차세대 생산 거점으로 설립 중인 P10에 7조8000억원을 들여 10.5세대, 6세대 OLED 장비를 들여놓는다는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 P10 공장 전경.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분야에서 10.5세대 OLED 선행 투자, P10 건물 및 E4-2 투자건을 포함해 약 5조원의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중소형 POLED의 경우, 이번에 신규 발표한 생산캐파를 포함해 현재 투자 진행중인 E5, E6 라인 포함해 총 10조원 가량을 투자하게 된다. 앞으로 3년간 전체 투자금액이 15조원에 달하게 된다.

◆업계 최초로 10.5세대 OLED 공장 설립…“앞서가기 위한 투자”

LG디스플레이는 OLED 사업을 하는 기업 중 세계 최초로 10.5세대 공장을 보유하게 됐다. 현재 중국, 일본 등지의 일부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10세대 이상의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OLED 라인은 중소형 패널 생산에 특화된 6세대로 운용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10.5세대 OLED 생산 라인을 결정한 건 차세대 기술 혁신을 준비하는 선행적 투자의 성격"이라며 "8세대 대비 원장 크기가 1.8배에 달하는 10.5세대 기술의 안정화를 통해 OLED TV 생산을 가속화할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의 생산 거점도 강화한다. LG디스플레이는 세계 OLED TV의 빠른 수요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광저우 공장에 8.5세대 OLED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이를 위해 이사회는 총 자본금 2조6000억원 중 70%인 1조8000억원의 자본금 출자를 결의했다.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은 이미 LG디스플레이의 8.5세대 LCD 생산지다. 높은 생산효율성과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LG디스플레이가 보유한 해외 생산거점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클러스터를 활용해 중국 현지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 국가에서의 OLED TV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중소형 OLED 분야에선 삼성디스플레이와 본격 경쟁 선언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중소형 OLED 분야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POLED 분야에 대한 이번 투자로 월 3만장 규모의 POLED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됐다"며 "현재 셋업 진행 중인 E5, E6와 함께 POLED에 1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POLED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모바일용 OLED와 사실상 같은 제품이다. 이번 투자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LG디스플레이는 구미, 파주 등 핵심 생산라인에서 6세대 기준 월 6만 5000장 규모의 POLED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는 6인치 스마트폰 기준 연 1억2000만대 생산 규모다.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용 POLED 시장은 올해 1억2000만대 규모에서 2020년에는 3억7000만대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플렉시블 OLED 시장도 2020년 약 3억8,964만대로 연평균 63.2%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POLED 패널 시제품.

◆디스플레이 업계는 기대 반, 우려 반

이같은 LG디스플레이의 대형 투자 계획에 대해 디스플레이업계에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OLED 분야의 전례 없는 투자를 집행하면서 국내 장비, 소재업계가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의 10.5세대 OLED 공장 설립에 대해서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우선 현재 10세대급 OLED 생산장비가 아직 개발 중인 상황이며, 실제 양산 라인에 배치됐을 경우 수율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 걸린다. 장비를 개발 및 셋업하고, 검증하는 기간을 합하면 내년에 가동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추가 투자에 대한 부담도 있다. 통상 10세대 이상의 디스플레이 공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초대형 유리를 근거리에서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유리 기판 공장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 투자에도 1조원 이상이 소요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 계획은 매우 긍정적이지만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봐야 할 요소들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현지 정부와 합작 법인 설립에 대한 우려도 있다. 중국이 아직 OLED 생산 기술의 핵심인 증착 공정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합작 법인이 기출 유출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검토를 거쳐 9월 중에 LG디스플레이의 중국 합작 법인 설립 허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